삼성전자, ASML 지분 투자로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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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SML 지분 투자로 잭팟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3.06.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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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경쟁자인 인텔, TSMC와 한 네덜란드 회사 주식을 샀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다. 요즘 ASML은 반도체 시장에서 '슈퍼을(乙)'로 통한다. 하지만 11년 전에는 연구개발비가 없어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투자비를 조달했다. 삼성전자가 3000억원가량에 사들인 ASML 지분 1.6%는 현재 6조원이 넘어선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ASML 주식은 629만7787주(지분율 1.6%)다. 지난 2일 ASML 종가(724.65달러)를 적용하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45억6369만달러(약 6조240억원)로 집계됐다. 취득원가(3630억원)에 17배가량 불어난 금액이다.

ASML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최근 석 달 새 15.9% 올랐다. 지난 5월 26일(735.93달러)에는 1년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 ASML 지분을 매입했다. ASML은 연구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3개사를 대상으로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을 발행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ASML 지분 3%를 매입했지만 2016년 보유 지분 절반가량(1.4%)을 매각했다. 인텔과 TSMC도 ASML 지분을 각각 15%, 5% 사들였다. 인텔은 보유 지분율을 현재 3%까지 대폭 낮췄고, TSMC는 2015년 지분 전량을 팔았다.

1984년 필립스 본사 옆 목재 건물로 시작한 ASML은 삼성전자 등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대당 가격이 3000억원 수준인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노광이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뜻한다.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칩 수가 많아진다.

ASML 연간 생산 물량이 30~40대 정도에 불과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다. ASML이 슈퍼을로 통하는 배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20년부터 여러 차례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EUV 노광장비 공급 방안 등을 놓고 긴밀히 협의한 바 있다. ASML은 삼성전자 투자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한편 반도체 사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 파트너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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