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가득 항구의 고즈넉함과 바다 내음, 초여름 밤바람... 바로 통영!
상태바
달빛 가득 항구의 고즈넉함과 바다 내음, 초여름 밤바람... 바로 통영!
  • 김용숙 기자
  • 승인 2023.06.05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현대문학의 고향 통영, 초여름 달빛과 함께 두 발로 즐겨보아요"
통영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야간 문학도보투어 시행... 6월 24일
근대 문학과 예술의 르네상스 열었던 도시 통영에서 문학도보투어
근대 문학과 예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도시 통영에서 오는 24일 밤 야간 문학도보투어가 열린다. 지난 3일 통영 여행의 중심지 강구안 문화마당 일대애서 진행된 야간 문학도보투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첫 시범 운영 모습. (사진=통영시)copyright 데일리중앙
근대 문학과 예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도시 통영에서 오는 24일 밤 야간 문학도보투어가 열린다. 지난 3일 통영 여행의 중심지 강구안 문화마당 일대애서 진행된 야간 문학도보투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첫 시범 운영 모습. (사진=통영시)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달빛 별빛 가득한 항구의 고즈넉함과 간간이 스며오는 바다 내음, 기분 좋게 코끝을 스쳐가는 초여름의 밤바람을 가로지르며 걸어보고 싶은 곳, 바로 근대 문학과 예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도시, 통영이다.

무작정 항구를 찾아가 걷기에는 부담스럽고 나 홀로 걷기엔 조금은 적적한 이들을 위해 안성맞춤인 투어가 등장했다.

지난 3일 통영 여행의 중심지 강구안 문화마당 일대와 근·현대문학 명소를 따라 이동하며 진행되는 통영 야간 문학도보투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 첫 시범 운영됐다.

이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그동안 야간경관·조명에 치우친 하드웨어 야간 볼거리와는 달리 통영의 숨겨진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소프트웨어형 야간 콘텐츠다.

투어는 저녁 7시부터 약 90분간 통영의 대표 근현대문학사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텔링형 길거리 공연과 함께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통영의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통영 골목골목에 깃든 문학인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한 편의 공연을 보면서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

투어는 통영 여행의 중심지이자 최근 재정비 사업을 통해 쾌적해진 강구안 문화광장을 시작으로 △초정 김상옥 거리 △서피랑 △박경리 선생 생가터 △청마 유치환 거리 △중앙시장 △동피랑 그리고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특히 초정 김상옥 거리와 서피랑 일대를 걸으며 당시 활발하게 꽃피웠던 통영 출신 문학·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청춘과 고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또 삶의 현장인 통영 중앙시장과 형형색색의 조명이 불 밝히고 있는 강구안 일대에 도착하면 현재의 활기 넘치는 통영을 만나며 타임슬립하듯 통영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통영은 한국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 '문학기행도시'로 유명하다. 이는 통영시가 도보 투어의 테마로 '문학'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통영은 왜 문학기행지로 유명한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로는 바로 통영에서 나고 자란 수많은 문학가 때문이다. 청마 유치환(1908~1967), 초정 김상옥(1920~2004), 소설가 박경리(1926~2008) 등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문학가들이 비슷한 시대 통영에서 태어났다.

문학뿐 아니라 통영은 '바다의 화가'로 유명한 화가 전혁림(1915~2010), 독일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1917~1995) 등 독창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해 낸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통영에서 유독 명성 높은 문학·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 것은 근대 한국의 급변하는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호국의 얼을 계승한 역사 유산과 풍부한 문화가 그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기 때문.

1945년 10월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등이 통영문화협회를 설립해 한글 강습회, 농촌계몽 운동, 연극공연 등을 전개하며 통영 문화·예술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됐다. 이는 곧 통영의 문화·예술 발전으로 이어졌고 현재 통영이 대한민국 대표 '예향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예향 도시'임을 증명하듯 통영 곳곳에는 통영 출신 문학·예술가들의 생가, 기념관 등 작품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관심 있는 여행객들이라면 과거 문인·예인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과거 셀럽(유명 인사)들과 깊은 교감을 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 바로 통영이다.

통영의 근대 예술문화를 지금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통영 시내 번화가 뒷골목인 중앙동과 항남동 일대다. 이곳은 대한제국 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통영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근대 거리와 상가·주택 등 당시 건축 유산들이 고스란히 보존됐다.

또 김상옥 생가가 위치한 '초정 김상옥 거리' 일대는 2020년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국가 등록문화재 제777호로 지정, 2025년까지 최대 500억원 규모의 근대역사경관 조성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영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통영 만의 맛있는 근대 문화가 있다. 바로 '통영 다찌'다. 다찌는 미식 도시 통영의 독특한 음주 문화 가운데 하나로 술을 주문하면 주인이 재량대로 여러 안주를 같이 내오는 한 상을 뜻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통영 다찌는 과거 주로 어부들이 즐겼던 음주 문화로 지역의 싱싱한 제철 해산물이 주요 안줏거리다.

몇 해 전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얻게 된 다찌는 이후 통영을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과거 중장년층 남성이 주요 고객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SNS 내 통영 여행 관련 인기 콘텐츠 중 하나로 MZ 세대 및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과거 통영 어부들이 즐겼던 다찌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장 통영스러운 신 미식 콘텐츠로 훌륭하게 변모했다.

통영의 밤은 시공간을 넘나들듯 또는 세대를 넘어서는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감성 충만한 근대 문학 스토리 공연형 도보 투어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통영의 야경을 감상하고 일행들과 '다찌'를 경험해보며 잊지 못할 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투어는 오는 24일 저녁 7시 일반인 대상으로 운영 예정이다. 특별 참가비 5000원으로 근대 문학 캐릭터 도슨트 가이드, 음료, 기념품 등(여행자보험 포함)이 제공된다. 참여를 원하는 개인은 링크를 통해 선착순 20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