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의 '엄중 경고' 조치에 "수긍하기 어렵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반발
"만약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틀리고 지금도 같이 할 수가 없다고 한다면
거대정당이란 기득권 누리면서 지지고볶느니 유쾌한 결별 하는 게 낫지 않겠나"
혁신위가 1호안건으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결론내지 못한 당 지도부 비판
당 지도부와 일부 반대 의원 겨냥 "뭐가 그렇게 켕겨서 안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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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민주당 이상민 국회의원이 당내 복잡한 계파 갈등과 관련해 '유쾌한 결별' 발언을 한 데 대해 당 지도부가 엄중 경고하자 이 의원은 "민주당이 공산당이냐"고 세게 받아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2일에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분열은 나쁜 것이고 통합은 선이라는 고정된 프레임은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며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자 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에게 엄중경고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모두가 명백한 해당 행위에 해당하니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당대표(이재명)가 강하게 말했고 반대 의견은 없었다"며 지도부 만장일치로 이상민 의원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상민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민주당이 공산당이냐"며 이재명 대표의 당 운영과 관련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맹종하고 성역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민주당이 사설정당이냐"며 전날 당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자신에게 '엄중경고'한 데 대해 거칠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의원은 1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자신의 발언 취지와 논란을 둘러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5선인 이상민 의원은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의 '엄중경고'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수긍하기 어렵고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도부가 정 그게 거슬리고 생각을 달리하는 게 있다면 소통을 못할 길이 없지 않겠냐"며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선생님한테 이렇게 혼난 적은 있는데 그 이후로는 별로 혼난 기억이 없어서 굉장히 생소하다"고 말했다.
'유쾌한 결별'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말) 그대로"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에는 다 아시겠지만 친명계, 친이계 또 친문계 어쩌고저쩌고 해서 갈등이 내연돼 있는 건 사실이지 않느냐"며 "만약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틀리고 지금도 같이 할 수가 없다고 한다면 한 지붕 아래서 그냥 거대정당이라는 기득권 누리고 누리면서 지지고 볶느니 유쾌한 결별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당 혁신과 개혁 대신 그냥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실정에 기대서 '우리가 죽쒀도 저쪽이 더 죽쑨다', 이런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 빠져들면 안 된다는 이를테면 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라는 것이다.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안민석 의원은 최근 '심리적 분당 상태'라고까지 했다. 안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상민 의원은 또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당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 결론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그동안 방탄정당을 해왔다고 (욕을) 바가지 먹었지 않았냐"며 "그러면 지금 혁신위가 제시한 거면 무조건 해야지. 수용을 해야지. 그보다도 더한 것도 하겠다 이런 각오를 해야 하는데 어제 의원총회 지도부도 뜨뜻미지근,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또 안 됐고 그리고 당이 지금 놓여 있는 상황이 반발만 내딛어도 천길 아래 절벽인데 지금 그런 절박함이 없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뭐가 그렇게 켕겨서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 지도부와 일부 반대 의원들을 겨냥했다.
자신의 탈당을 '한 번도 입에 올린 적 없다'고 밝힌 이 의원은 끝으로 "국회의장을 꿈꾸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