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음주운전·금품수수 등 정직 징계받은 건보공단 직원에게 매월 500만~700만원 지급
인재근 의원 "정직 징계 처분이 '무노동 동일임금' 안 돼... 국민 눈높이맞는 규정 만들어야"
건보공단 "노조와 임단협 합의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 고치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30대 직원 ㄱ씨가 본인이 처분받은 정직 3월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직원은 지난해 1월 지사에 근무하는 여직원과의 술자리에서 허리를 감고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한 데다 '만져 보니 별거 없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처럼 ㄱ씨와 같은 죄질이 매우 나쁜 성희롱 등의 정직 징계 직원에 대해 정직 기간 동안 매월 평소 임금의 90% 수준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성비위, 음주운전, 금품수수 등 정직 징계를 받은 직원 36명에게 2018년 이후 약 4억4000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국민 세금으로 공단이 징계자들한테 크게 인심을 쓰고 있는 셈이다. 많은 국민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들어봤어도 건보공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노동 동일임금'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 여기고 있다.
공단 쪽은 '무노동 동일임금'은 노조와의 임단협 합의 사항이라 성범죄 정직 징계 대상자라 하더라도 임금의 90%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17일 "공직유관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희롱,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의 정직 기간 동안 4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공직유관단체장 전체에게 '공직유관단체 징계처분의 실효성 강화' 제도개선안을 권고했다.
권익위는 제도개선안에서 '정직 처분을 받고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은 징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직 기간 중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익위는 공무원의 경우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전액 삭감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안) 및 행정해석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근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 소관 37개 공직유관기관을 분석한 결과 2023년 6월 기준 34개 기관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갖추고 있었다. 이 가운데 24개 기관은 국민권익위 제도개선안이 나온 2022년 이후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고친 걸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 공직유관기관 3곳은 여전히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정직 직원에게 원래 임금의 3분의 1 수준을 지급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에는 원래 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2018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정직 처분을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3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에게 모두 4억4000만원이 넘는 임금을 안겨줬다. 전형적인 '무노동 동일임금' 지급이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A직원은 ○○기관에 근무할 당시 채용 과정에 절차를 위반해 개입하고 특혜를 제공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정직 2월이 처분됐다. 이 기간 동안 A직원이 받은 총 임금은 1408만2560원으로 정직 처분을 받고도 매월 700만원 넘는 돈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B직원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이 들게 하는 행위를 해 정직 3월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 기간 동안 B직원에게는 1870만3320원의 임금이 지급됐다. 월 평균 600만원 넘게 지급된 것이다.
직무 관련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 등을 수수해 정직 3월 처분을 받은 C직원도 정직 기간 1552만6950원, 매월 5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아 챙겼다.
언급된 사례 모두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공단이 자기 돈이라면 죄질이 나쁜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정직 기간에 500만~700만원의 급여를 매월 지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재근 의원은 "성비위, 음주운전, 금품수수, 개인정보 유출 등 각양각색의 비위행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기존과 비슷한 임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공단의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인 의원은 "정직 처분이 '무노동 동일임금'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금지 조항과 노조와의 임단협을 구실로 '무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금지 조항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한참 전부터 노조와 맺은 임단협에서 정직 처분 징계자라 해도 90%까지 임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를 바꾸려고 하면 또 노조와 협의해서 합의를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 쪽에선 국회의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무노동 동일임금')를 바꾸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선 한참 전부터 노조랑 임단협에서 정직 처분 징계자라 해도 90%까지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를 바꾸려고 하면 또 노조와 협의해서 합의를 해야 가능하다. 공단 쪽에선 엄중하게 받앋ㄹ이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조와 협의 ㅈㅇ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