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개 재외공관 외교관 5명 중 4명은 현지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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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개 재외공관 외교관 5명 중 4명은 현지어 못해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10.2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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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웨덴, 이스라엘, 핀란드 등 61개 공관은 단 1명도 현지어 구사하지 못해
이용선 의원 "유엔 공용어 사용 나라의 공관조차 현지어 구사 외교관의 부족은 문제"
외교부의 127개 재외공관 외교관 5명 가운데 4명은 현지어도 못하면서 공관에 나가 있는 것으로 26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유럽 및 아프리카·중동지역 공관장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외교부)copyright 데일리중앙
외교부의 127개 재외공관 외교관 5명 가운데 4명은 현지어도 못하면서 공관에 나가 있는 것으로 26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유럽 및 아프리카·중동지역 공관장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외교부의 127개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695명 중 현지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31명으로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관 5명 가운데 4명은 현지어도 못하면서 재외공관에 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스웨덴, 이스라엘 등 61개 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재외공관에는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현지어도 못하면서 해외까지 나가 자리를 꿰차고 국민 혈세로 억대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외교관들이 현지어를 못하니 현지인을 고용해야 하고 이 때문에 인건비가 두 배로 새 나가게 되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이용선 의원은 26일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127개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총 695명 중 현지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외교관은 131명으로 약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61개 공관은 단 1명의 외교관도 현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 자국 언어를 사용하는 유럽의 공관도 포함돼 있다. 가봉, 세네갈 등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나 이스라엘, 요르단 등 아랍어를 사용하는 중동 국가처럼 UN 공용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공관도 26곳에 이른다.

현재 외교부는 전체 189개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의 외국어 능력을 평가하고 현지 언어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국립외교원을 통한 자체 능력 검정을 시행하고 있다. 검정 결과에 따라 1급에서 5급까지의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외 언어를 사용하는 127개 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을 대상으로 현지어 3급 이상을 보유하면 '재외근무수당 가산금 지급규칙'에 따라 재외근무수당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경우 월 200~300달러, 그 외 언어는 최대 월 900달러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현지어 사용이 가능한 외교관에게 국민 세금으로 외교부가 인심을 쓰고 있는 셈이다.

올해 9월 기준 재외근무수당 가산금을 지급받은 외교관은 127개 대상 공관에서 근무하는 695명 가운데 121명뿐이다. 채용 목적상 가산금을 받을 수 없는 어학특채자 10명을 모두 합해도 현지어 구사가 가능한 외교관은 131 명에 불과하다.

이용선 의원은 "현지어를 구사하면 우리 외교관을 대하는 주재국의 태도부터 달라질 것이고 그만큼 외교성과도 클 것"이라면서 "최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유엔 공용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공관조차 현지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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