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
"이제는 국회 정상화의 근본적인 방안으로 원 구성 원칙을 제도화해야 할 때"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홍근 민주당 국회의원이 2년마다 되풀이되는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와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국회 개혁 방안을 내놨다.
총선 민의가 반영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정·선출 절차를 법에 명시해 여야 갈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원 구성을 제때 마무리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은 지금처럼 원내 1당이 맡고 상임위원장은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되 1당이 우선 차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 구성 지연 방지'를 위한 국회 개혁 방안을 제안하고 '국회법' 개정안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원장 임명 강행에 반발해 온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남겨 놓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기로 하면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은 국회 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 선출할 예정이다.
박홍근 의원은 "개원 후 3주 넘게 원 구성이 지연된 원인은 무엇보다 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국회법 미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입법 공백과 정치 부재가 상호 반응하면서 매번 원 구성 때마다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의 관행은 국회의장은 원내 1당,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 운영위원장은 집권여당이 맡는 것으로 돼 왔다.
그러나 21대 국회, 22대 국회에서 잇따라 과반 의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한 민주당이 그동안의 관행보다는 법대로 다수결 원칙을 내세우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격화됐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1년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했고 22대 국회에서는 18개 상임위를 11대 7로 나눈 뒤 법사위와 운영위를 국민의힘에 주지 않고 자기들이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져가고 싶은 11개 상임위를 뺀 나머지 7개 상임위만 배분받았다.
박 의원은 "원내 교섭단체 간 대화와 협상으로 원 구성을 매듭지어 온 그동안의 관행은 민주화의 성과임에 분명하다"며 "그러나 '더 빠르게 더 많이 일하라'는 민의와 달리 늘 원 구성 협상은 교착을 야기하며 특정 상임위원장 등을 차지하기 위해 국회를 보이콧하는 행태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원 구성 지연은 22대 후반기에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상습적 파행이 예견되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한국 의회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국회 정상화의 근본적 방안으로 원 구성 원칙을 제도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미국의 의회 방식을 제시했다.
미국과 같이 총선 결과에 따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이 승자독식 방식으로 상임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의 임기 역시 4년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을 다수당 독식 방식으로 전환하면 임기 동안 원내 정당 간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원 구성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국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이 보다 강화되며 다음 선거에서 이전 국회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다수당이 지게 하는 효과가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정적 양당제의 오랜 전통을 가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국회는 원내 제1당 단독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매 선거마다 예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
따라서 다수당 독식 방식 전환은 국회 개혁의 중장기적 과제로 두고 원 구성 지연을 차단하는 현실적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국회의장은 총선 민의에 따라 제1교섭단체(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의 소속 의원 중에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안은 그동안 국회의장을 국회 다수당의 몫으로 배분해 온 관례를 국회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둘째, 상임위원장의 수를 의석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에 배분하고 제1교섭단체부터 그 배분된 몫만큼의 상임위원장을 우선적으로 가져가도록 하자고 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 대로' 방식이다.
셋째,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원 구성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법안의 통제권을 갖는 법사위원장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국회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 의회의 후진적 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서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햇다.
넷째,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과 기한 규정을 보완해 ▶격년 6월 5일까지는 국회 의장단을 선출하고 ▶6월 10일까지는 해당 상임위원 선임을 마무리하며 ▶6월 12일까지는 상임위원장 등의 선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임기 개시 후 늦어도 6월 둘째주에는 국민들에게 본격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2026년 후반기 국회부터는 이 법의 적용으로 생산적인 국회, 책임지는 국회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박홍배·이수진·김성환·정준호·진성준·송옥주·고민정·김윤·이학영·서영석·윤종군·민형배·한영배·장종태·정성호·조인철·정을호·박선원·김현정·정일영·남인순·박용갑·양부남·이광희·문금주·주철현·전진숙·최민희·오세희·황명선·이재강·윤후덕·박해철·박수현·박정현·박희승·김현 의원 등 37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