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강원도 영월 심산유곡 산골짜기에 오지마을 어둔마을이 있었지.
길목인 들모랑이에서 싸리골과 노루목을 지나 골짜기를 돌고돌아 20리 길을 더 들어가면 그 옛날 방랑시인 김삿갓이 무릉계라 극찬했던 어둔마을이 나온다.
김삿갓은 해학과 풍자로 조선 후기 당시 신분제도와 빈부 격차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새는 둥지, 짐승은 굴이 있어 다 살 곳 있건만/ 내 평생 돌아보니 나만 홀로 아프게 보냈구나// 한 해가 저물 때면 슬픈 회포가 가슴에 가득했네..."
평생을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았던 김삿갓이 말년에 자신의 한평생을 돌아보며 지은 시 '평생시'의 한 구절이다.
몇 해 전 여름 친구와 넷이서 강원도 오지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와 산길은 어릴 적 내 고향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70년대 문희-신성일 주연의 영화 세트촌이라고나 할까.
김삿갓이 살던 집에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니 김삿갓이 무릉계라 극찬한 와석리 어둔마을이 나왔다.
마을이라야 한 가구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식구는 50대 부부와 15살짜리 중학생 아들 하나, 이렇게 셋이 전부다.
이들 부부는 그 깊은 산 속에서 오갈피와 채소 농사 등을 지으며 살고 있었다.
아래채와 위채로 돼 있는 집 마당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벌과 나비들이 윙윙거리며 한가롭게 마당을 날아다녔다.
집안 곳곳에는 땔감으로 쓰는 장작이 쌓여 있었다.
어둔리 오지마을을 둘러보고 그곳에 사는 아주머니와 난 얘기를 나눴지. 말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조곤조곤 얘기를 하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기막힌 감회로 남을 강원도 오지마을에서 우린 그날 늦게까지 머물다 나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