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또는 개인의 예측을 사유로 처벌과 징계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표결 결과 재석 57명 중 찬성 56명, 기권 1명으로 결의안 '가결'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교육감 궐위로 불안해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살피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법치주의 정신 위배, 정치적 중립성 논란, 표현의 자유 침해, 적절한 절차의 문제, 교육행정 위기를 초래하는 이 결의안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위협하는 일을 막아주십시오."
서울시의회 교육위 민주당 이소라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교육감 선거의 공정성 확보 위해 공무원법 위반 혐의 교육장들 직위해제 촉구 결의안' 반대토론에 나서 결의안 부결을 이렇게 호소했다.
해당 결의안은 조희연 당시 서울시교육감의 8월 29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 교육장·교장 등 교육공무원 157명이 성명 발표에 동참한 데 대해 "교육감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의 이유를 들어 교육장들의 직위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의회 교육위에 '긴급안건'으로 접수돼 9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돼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소라 의원은 이 결의안이 가진 법적·절차적·정치적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처벌과 징계는 '명확한 사실, 어떤 행위로 인한 결과'에 입각해 정해진 양형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게 법의 일반 원칙"이라면서 "(선거 시작도 안 됐고 후보자는 없는 상황에 프레임 씌우기로) '추정' 또는 개인의 예측을 사유로 처벌과 징계를 내리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명 내용을 보면 당시 교육감의 유무죄 여부가 아니라 교육감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는 수준의 양형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성명 참여자가 보궐선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염두에 두고 성명을 발표했다는 정황이나 근거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의원은 이번 결의안의 법적 정당성 결여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운영과 관련해 지방의회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 하더라도 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의견표명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 의원은 "인사권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하고 있는 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또한 제20조제16호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을 교육감의 고유 관장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을 두고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촉구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의안에서는 선거의 공정성을 말하고 있으나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특정 공직자들의 직위해제를 촉구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결의안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교육감 보궐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등 오히려 정치적 행위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의원은 "교육지원청 소속 공무원의 지도‧감독을 담당하는 책무를 가진 교육장들에 대한 법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직위해제 촉구가 안정적인 교육행정을 방해하고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결의안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위협하는 일을 막아 달라"고 동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소라 의원의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찬반토론 뒤 진행된 해당 결의안 표결에서 재석 57명 중 찬성 56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현재 시의회 의석 분포는 국민의힘 75석, 민주당 36석이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