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계약 맺었다가 수의계약으로 변경 꼼수 부리기도... "참 가지가지한다"
정일영 "'전관 카르텔' 몰아낼 특단의 대책 필요"... 국가계약법 개정 추진
관세청 "업무 전문성, 지역적인 특수성 때문에 업체가 거의 참여를 안 한다"
전관 카르텔 논란 잠재우고 공공성 확보 위해 관세정보원 설립, 공공기관 추진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관세청이 전관 집합소에 2420억원의 수의계약 일감을 몰아줘 국민혈세를 축내고 있는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전관 카르텔'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28일 기재위 종합국정감사에서 관세청이 관세청 전관 출신이 모여 있는 곳에 2420억50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질타했다. 모두 국민 혈세 낭비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법하게 수의계약이 체결됐는지 종합적인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10년간 가장 많은 계약을 맺은 곳은 재단법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였다. 연합회는 관세청 전 차장이 회장으로 있으며 2010년 이후 전 세관장들이 대표를 역임해 왔다. 세간에서는 '관세청 퇴직자 집합소'로 불리는 대표적인 관세청 전관 기업이다.
관세청은 연합회와 모두 47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1623억4300만원을 지불했다. 특히 이 가운데 27건은 일반계약을 맺었다가 수의계약으로 변경하는 꼼수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참 가지가지한다"는 지적이나왔다.
두 번째로 많은 계약을 맺은 곳은 ㈜케이씨넷이었다. 케이씨넷은 서울세관장, 관세심사국장, 지역본부세관장 등 역시 관세청의 주요 인사들이 대표이사를 지내 온 속된 말로 '관세청 형님 모임'이다.
㈜케이씨넷의 경우 2015년 이후 관세청과 39건의 계약을 735억6000만원에 체결했으나 이 중 35건이 수의계약으로 약 90%의 수의계약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장 적은 계약을 맺은 곳은 한국AEO진흥협회였다. 진흥회는 관세청 전 4급 직원은 상임이사, 관세청 전 3급 직원은 본부장으로 각각 재직 중이다. 진흥회의 경우 관세청과 맺은 계약은 61억4700만원에 불과하지만 그 금액이 관세청이 배정받은 AEO 관련 예산의 99.9%를 차지해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형태가 나타났다.
정일영 의원은 "제식구 배불리기에 대한 지적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끊임이 없는데 관세청은 묵묵히 10년간 배를 불리고 있었다"며 "10년간 관세청이 국민 혈세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무기관인 기획재정부의 종합적인 감사 등이 미비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각 부처·기관별 퇴직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일감 몰아주기식의 '전관 카르텔'을 끊기 위해 국가계약법 개정안 발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업무(관세행정시스템)의 전문성과 공공성 그리고 지역적인 특수성 등을 전관 업체 일감 몰아주기의 핑계로 들었다.
이러한 '전관 카르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관세청은 지난 7월 한국관세정보원을 설립해 공공기관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업무 전문성이라든지 (대전이라는) 지역적인 특수성 때문에 입찰 공고를 내도 업체가 거의 참여를 안 한다. 또 업무의 공공성이 있다 보니까 아무 업체나 할 수는 없고 전문 기술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제한이 많다 보니 업체들 입장에선 돈이 안돼 잘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우리가 관세행정시스템 운영을 안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올해 7월 관세정보원을 설립했는데 내년쯤 되면 공공기관으로 추진해서 감사원 감사도 받고 국정감사도 받고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의 전문성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일반 업체들은 참여를 꺼리고 그렇다고 업무를 안 하면 수출입 자체가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관세정보원을 설립해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저희도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계속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