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예계약' 네티즌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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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노예계약' 네티즌 분노 폭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6.20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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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댓글 1000여 개 주렁주렁... "이게 일등기업의 모습이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이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국인 무용수들의 눈물

▲ 우리나라 최고의 놀이공원 에버랜드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펼치며 춤을 추는 외국인 무용수들이 그동안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고 일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 에버랜드 홈페이지
이주노조에 따르면 이들 외국인 무용수 150여 명은 인력공급 전문회사 동일엔터테인먼트와 근로계약을 맺고 에버랜드에 파견 근로를 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외국인 무용수들이 공연을 하다 사고가 나도 동일엔터테인먼트와 에버랜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오히려 회사는 무용수들이 병이 나서 2주 이상 치료를 받거나 공연하다 크게 다치게 되면 쫓아낼 수도 있다.

또 2명 이상이 집단행동을 해서도 안되고 회사의 허락없이 방을 바꿔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회사는 주동자를 찾아 내 즉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에서 내쫓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쯤되면 '노예계약'이나 마찬가지다.

무용수들은 다쳐서도, 병이 나서도 안 된다?

실제 에버랜드 무용수로 일하던 우크라이나 출신 옥사나(29)씨는 지난해 겨울 무대에서 미끄러져 다리와 허리를 크게 다쳤지만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친 사실이 알려지면 보상은커녕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게 된 옥사나씨는 현재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상태. 예술흥행(E-6)비자로 한국에 온 옥사나씨는 그러나 다른 곳에 취업을 할 수도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  

▲ 에버랜드 외국인 무용수들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2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해당 기사에는 네티즌들의 항의성 댓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네티즌들 "뭐가 일등기업인데? 나라 망신 그만 시켜라"

이러한 사실이 20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삼성과 에버랜드(에버랜드는 삼성의 계열사)에 대한 항의성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관련 기사에는 이날 하루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 'Daniel Roh'는 "삼성, 참으로 도덕성 불감증에 걸린 집단이다. 총수들부터 시작해서 국민 피 빨아먹으려고 안달 난 집단처럼 보인다"며 "삼성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검단의 손'은 "에버랜드에게 자신들이 뿌린 씨만큼, 지은 죄만큼 철저하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용수들들이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와  말도 안 되는 수당을 받고 일한 것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재'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이게 우리나라 일등기업의 모습인가"라며 "그들이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지, 그들을 통해 누가 배를 불리고 몸에 기름끼를 두르는지 생각해 보고 양심이 있다면 그들에게 당장 사과하고 비인간적 대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70년대 우리 누이들이 당한 수모 잊었나"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글도 이어졌다. 또 "70년대 간호사로 나간 우리 누이들이 독일에서 당한 수모를 벌써 잊었느냐"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네티즌 '생각'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지문날인 강요한다고 시정을 요구하고 하더니 대한민국 많이 컸다"며 "대한민국, 자기는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도 않고 자국인이 외국에서 이런 일 당하면 인권이 어떻니 하면서 떠들어대느냐"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미국 캐나다 일본을 제외한 주한 외국인들의 처우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정부 관리들만 모르느냐"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인권이 우선인 나라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까지만 이주노조 위원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에버랜드 무용수들이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E-6비자 문제가 이번 노예계약 파문의 단초"라며 "이들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다른 비자로 바꿔주고 노예계약의 불합리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등기업(?)은 침묵... 침묵... 또 침묵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에버랜드와 동일엔터테인먼트 쪽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주노조와 수원 외국인노동자쉼터 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11시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삼성에버랜드 공연단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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