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특검' 박재승 폭탄 선언에 민주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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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특검' 박재승 폭탄 선언에 민주당 충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03.05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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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승 "금고 이상 형 확정자 공천 일괄 배제"... 지도부 "억울한 피해 없게"

▲ 박재승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체)
ⓒ 데일리중앙
이른바 '박재승 폭탄'이 이틀째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4월 총선에 나설 민주당의 후보를 골라내는 전권을 손에 쥐고 있다. 성격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를 당 안팎에서는 '공천 특검'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박 위원장은 4일 공천심사 기준과 관련해 "뇌물죄, 알선수재, 정치자금, 공금횡령, 파렴치범, 개인비리,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는 심사에서 제외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 한 마디로 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의 최측근을 포함한 거물급 정치인 다수가 박 위원장의 직격탄에 노출됐다.

박 위원장의 기준을 적용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신계륜 당 사무총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이용희 의원, 김민석, 이호웅, 설훈 전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등이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돼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자 당의 공동대표가 잡혀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박 위원장을 급히 찾아가 설득에 나섰지만 그의 '일괄 배제론' 소신을 꺾지는 못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비리와 대선 자금 관련 정치자금 문제를 구분하자는 '선별 구제론'을 담은 최고위원회의 중재안도 퇴짜를 맞았다.

박 위원장은 또 이날 진행된 공천심사위 비공개 회의에서 "(일괄 배제론에) 반대할 사람이 있으면 논거를 대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라"고 공심위원들을 몰아붙였다.

▲ 간밤에 공천 기준을 놓고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격한 갈등을 빚은 손학규(왼쪽) 박상천 공동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박재승 위원장의 승리를 확인하는 분위기였다. 박 위원장의 뚝심(주장)이 관철됐음을 당 지도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

손학규 공동대표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부정비리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이를 위한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은 당이 지켜줄 것"이라고 박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는 다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다가 자칫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면 오히려 공천의 정당성과 공정성에 흠이 갈 수 있다"며 "99마리 양을 놔두고 1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모습이 법의 정신이고, 정의구현의 모습이다. 억울한 희생양이 여론몰이에 휩쓸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부정비리 등 구시대적 정치행태에 물들어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동시에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도 이론이 없다"면서도 "절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서 결단을 내리자"고 말했다.

큰 틀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개별 심사를 통해 구제하자는 당 지도부와 '일괄 배제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박재승 위원장의 공천 갈등이 민주당을 달구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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