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신빈곤층 탈출구가 없다
300만 명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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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신빈곤층 탈출구가 없다
300만 명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5.2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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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인권보고서' 발간...실질빈곤층 1년새 30% 늘어

▲ 신빈곤층 급증23일 대한변협이 발간한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신빈곤층이 30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노동의 구조조정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청년실업자, 신용불량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이른바 신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의 혜택은 노약자, 주부가장, 장애인 등 전통적인 빈곤층에 대한 제한적인 지원에 머물러 이러한 신빈곤층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동반자살, 가족해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가 펴낸 '2003년 인권보고서'는 적어도 300만 명이 넘는 신빈곤층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기초생활보장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들 역시 탈빈곤을 시도하려 해도 급격한 소득증가가 아닌 다소의 소득증가에 머무를 경우 오히려 차상위계층(준빈곤층)이 되어 아무런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 하여 적극적인 탈빈곤의 노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사회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돌아 국가가 생계를 책임지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0년 149만여 명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3월 현재 전체 인구의 2.8%인 134만6000여 명인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빈곤층이 늘어나고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보장 수급자가 줄어든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200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못미치지만 부양의무자 등 수급 자격기준에 미달돼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빈곤층이 190만여 명에 이른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웃돌지만 그 수준이 120%에 미치지 못하는 준빈곤층이 130만 명 정도로 추정됐다. 300만 명이 넘는 실질빈곤층이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빈곤층 갈수록 더 어려워져

지난해 9월 적용 법정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56만7260원(시급 2510원)으로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 전체 임금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선을 전체 노동자 중위 임금의 3분의 2로 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최저임금제 실시 국가에서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 내외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상적인 양육을 받고 있지 못한 아동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아동 16만 명, 해체가구 아동 34만 명, 저소득 가구의 자녀로서 교육비 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 40만 명 등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육료 지원 대상이 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보육료 100% 지원)는 3만9000여 명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의료급여 대상자는 전국민의 3.4% 수준인 180만 명으로 실질적인 빈곤층의 규모를 생각할 때 2~3배의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 1997년 구제금융 위기 이후 신빈곤층의 폭발적인 증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하여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는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6%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못내는 사람도 546만 명으로 전체의 33.2%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서울지방법원에 접수된 소비자파산 신청건수도 1800여 건으로 2001년 341건, 2002년 594건에 비해 급증했다.

2003년 7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도 335만 명(이 가운데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207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엘지카드 위기사태 이후 신용카드회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로 100만 명 가량의 새로운 신용불량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올해 말까지는 신용불량자가 4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빈곤층 대부분은 비정규 노동자

신빈곤층으로 불리는 이들 사회적 약자들의 대부분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의 노동 유연화정책에 따른 실업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2년 8월 772만 명에서 지난해 784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임금노동자의 55.4%에 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정규직 노동자의 52.9%(2002년)에서 51%(2003년)로 정규직 노동자와의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시간은 2002년~2003년 정규직은 주당 44시간에서 41.8시간으로 3.2시간 줄어들었으나 비정규직은 45.5시간에서 44.1시간으로 1.4시간 단축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임금소득 불평등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2001년 5.2배, 2002년 5.5배, 2003년 5.6배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임금소득 불평등 정도가 가장 높은 미국의 4.3배를 크게 앞질렀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80.7%가 연금에서 제외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77.8%에 이른다. 고용보험 미가입 비율도 79.3%나 돼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실업이 발생했을 때 사회안전망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장예산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세수확대 정책 필요

김남근 변호사는 "IMF사태 이후 세계화 추진 과정에서 고용불안, 저임금의 비정규직 양산, 신빈곤층의 출현, 빈부 격차의 심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러한 부작용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세계화와 세계적인 경쟁요구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사회보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에 대하여는 세금과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통하여 회수하고 불법적인 증여와 상속에 대하여는 상속세·증여세 포괄주의를 통하여 회수한 다음 이를 빈곤층의 사회보장예산 확충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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