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동기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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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동기를 위한 변명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1.12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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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

▲ 김재원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 (사진=김재원 미니홈피)
ⓒ 데일리중앙
정동기는 나에게 추억의 남자다.

1997년 3월 초임검사 임명장을 손에 쥐고 부산지검 형사1부에 들어섰을 때 그는 형사1부장이었다. 그는 내가 만난 최초의 검사이자 최고의 검사였다.

그로부터 정동기는 나의 선생이었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는 '검사의 도'를 가르치려, 내가 쓴 공소장의 한 마디 한 구절을 바로잡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쓰는 국어를 정동기 검사로부터 배웠다.
그는 퇴근 후에도 검사였다. 나는 인생의 모든 것을 한없이 단정하고 성실한 정동기로부터 배웠다.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기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대통령 비서 전력, BBK, 7억원, 아내의 계돈. 세상의 모든 비난이 모아지는 느낌이다.

내가 가슴 아픈 것은 정동기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이다.
정동기에게는 결혼후 10여년 만에 어렵사리 얻은 외동딸이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대 출신 최초의 검사가 되어 백발이 성성하도록 검사생활을 하던 그가 대검차장에서 물러났을 때, 칼같은 성정으로 보아 변변한 재산조차 없었을 그가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어여쁜 딸의 아빠로서 노후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원시적인 우리나라 법조현실에서 대검차장 출신으로서 서초동에 개인사무실을 차리고 영업에 나섰다면 큰 돈을 모았을 법한 그가 선택한 것은, 월급쟁이 법무법인행이었다. 나는 그 의미를 안다. 그로서는 가장 깨끗한 선택이었다. 정동기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 법조의 현실이다.

정동기는 성자가 아니다. 누구처럼 법대교수로 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경상북도 봉화 촌놈 출신의 한도 있었을 것이다. 아내와 자식에게 돈 걱정 안 시켜보는 번듯한 가장이 되어 보려는 필부의 마음 가졌을 법도 하지 않은가.

나는 그런 그의 인생마저 매도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너무 하지 않은가?’하는 그의 말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정동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글을 써 놓고 며칠을 망설였다. 심장을 물어뜯긴 야수처럼 비주류의 비주류 인생을 살아가는 내 처지에서 쓴 글이 도리어 그에게 독이 되지나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이 걱정이고 나의 슬픔이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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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물가 2011-01-13 01:37:50
정동기씨 그냥 검사로 남아있지 뭐하러 더러운 정치판에 들어와서 이런 사단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잇으면 명예를 지킬 수도 잇었는데 안그려요?
정치는 정상적인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니까요. 닳고 닳은 인간들이나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