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작가, 굶주려 사망... "명백한 타살" 애도·탄식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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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작가, 굶주려 사망... "명백한 타살" 애도·탄식 이어져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1.02.08 23: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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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달 29일 쓸쓸히 목숨을 잃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 데일리중앙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32세를 일기로 요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최고은씨는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안양 석수동의 월셋집 냉방에서 이웃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를 처음 발견한 같은 다가구주택 세입자 송아무개(50)씨는 집 문 앞에 쪽지를 보고 최씨의 집에 들렀다고 한다. 쪽지에는 "그 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을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2006년 단편영화 <격정소나타>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촉망받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가 제대로 먹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니 기막힌 현실이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양시 만안경찰서 관계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던 최씨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며칠째 굶주린 상태에서 쓸쓸히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최고은씨는 이후 <새벽정신>(2004), <젖꼭지가 닮았다>(2004) 등을 발표했고, 2006년에는 <격정 소나타>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받았다.

비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기막힌 현실을 탄식했다.

어떤 사람은 "두 눈에는 눈물이, 양손에는 주먹이 우네요"라고 통탄했고, 또 어떤 이는 가슴 아픈 현실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많은 팬들은 그를 추억하며 명복을 빌었다.

한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최씨의 죽음에 대해 명백한 타살이라며 정책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영화노조는 8일 성명을 내어 "이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창작자를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자본의 배만 불리고 있는 대중문화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노조는 이어 "창작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대중문화산업 시스템과 함께 정책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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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1-02-09 08:26:33
그돈으로 영화계 전체가 같이 살아야지. 무신 소리하는거야? 정부가 봉이냐?

2011-02-09 03:59:52
배부는 내가 부끄럽다. 이게 무슨 사람이 사는 세상이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