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작가 요절에 탄식·눈물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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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작가 요절에 탄식·눈물 이어져
  • 김희선 기자
  • 승인 2011.02.09 05:3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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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지원 "미안합니다"... 누리꾼들, 기막힌 현실 통탄

"인생의 정점, 치열해야 할 삼십대 초반에 천대받지 않아야 할 충분한 이유와 능력을 지녔음에도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그녀를 생각하며 온종일 우울했습니다."

"그 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을 좀 두들겨 주세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32)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사연이 전해진 8일 인터넷 상에는 하루종일 이 기막힌 현실에 탄식과 눈물이 봇물을 이뤘다.

배고픔에 하루하루 절망하며 서럽게 울었을 그를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며 눈물을 뿌렸다.

"그 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을 좀 두들겨 주세요." (최고은씨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쪽지)

눈물나는 이 쪽지 때문인지 어떤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에 흰 쌀밥 한 그릇과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놓으며 "최고은님께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런가 하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엉엉 울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미자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고은 작가, 한번 본 적 없는 그의 절망이 너무나 아프게 와 닿아서 이 저녁 절인 배추마냥 숨이 죽는다. 도무지 도대체 이 세상, 미워서 기가 막혀서..."라고 탄식했다.

트위터 진찬건씨도 "예술을 사랑하시던 한 분이 또 그렇게 가셨다"며 슬퍼했다.

또 박희본씨는 "엄마가 해주신 돌솥비빔밥과 식혜를 배불리 먹고 접한 소식에 부끄러웠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안전망, 방화벽이 무너진 기분"이라며 울적한 마음을 전했다.

정임옥 시인의 '숟가락의 힘'이라는 시를 옮겨놓고 마지막 숟가락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최고은 작가를 추모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새벽을 여는 촬영장에서 비보를 들었다는 배우 엄지원씨는 "부족한 재능으로 재능보다 큰 운으로 밥걱정 없이 사는 내가 참으로 초라해지는 밤"이라며 "고인의 죽음이 남긴 메시지 잊지 않겠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이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찾을게요.. 미안함과 아픔을 전합니다..편히 쉬세요..."라며 슬픈 영혼을 위로했다.

각종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최고은 작가의 명복을 비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기막힌 사연이 알려진 8일 한 인터넷 블로그에 최고은씨가 살아생전 그토록 찾던 따스한 흰 쌀밥과 김치가 놓여 있다. (사진=블로그 지구력강한사랑)
ⓒ 데일리중앙
최고은씨는 지난 1월 29일 설을 앞두고 경기도 안양 석수동의 월셋집 냉방에서 이웃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던 그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며칠째 굶주린 상태에서 쓸쓸히 숨진 것으로 보인다. 극한 상황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을 찾았을 그의 절규가 황혼에 서럽다.

이 기막힌 현실에 어떤 누리꾼은 "두 눈에는 눈물이, 양손에는 주먹이 운다"고 통탄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최 작가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정책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영화노조는 8일 내놓은 성명을 통해 "이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며 현재의 대중문화산업 시스템의 해체를 주장했다.

한편 최고은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나와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했다. 이후 <새벽정신>, <젖꼭지가 닮았다> 등을 발표했고, 2006년에는 <격정 소나타>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희선 기자 news7703@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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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 2011-02-15 01:39:21
한숨만나온다. 부끄럽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다시 뒤돌아보는 내자신이 넘 무아지경이다.....

사강과함께 2011-02-12 11:19:26
우리라에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이해가 안된다.
지금이 무슨 6,70년대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담?

그림 2011-02-11 01:22:55
사진 속 얼굴도, 이름도 예쁜 < 최고은 >작가님!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억울하고 또 억울합니다.

경아 2011-02-10 02:49:03
나도 영화일 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자취하면서 차비가 없어서 회사에 못간적이 있을만큼 힘들었던적도 있었다. 현재는 그때보다 형편이 조금 나아졌지만 이 시간 이후 언젠가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복지정책은 단순히 현재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것은 아니다. 어떤 직업이든, 얼마의 수입이든 우리나라 국민 100%를 위한 필요정책이다.

강진규 2011-02-09 20:13:57
정말 한심한 나라다 이게 무슨놈의 나라고 엉? 정부는 왜 있는겨 할말을 잃게 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