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동창회가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한국 근대화는 일제 덕분이라는 시각으로 근현대사를 분석한 '뉴라이트 역사서'를 배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서울대 일부 단과대 학생회에 따르면, 총동창회는 이달 초 뉴라이트 계열의 우익 편향 역사 인식을 담은 한국현대사서 <대한민국 이야기>를 신입생들에게 나눠줬다.

뉴라이트 학자 이영훈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일제의 조선 지배가 한국 근대적 경제성장의 초석이 됐다는 내용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 '이승만 대통령 바로 알기'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들을 담았다.

서울대 총동창회가 이러한 '뉴라이트 역사서'를 각 단과대에 전달해 자율적으로 배포하도록 했지만 논란이 일고 있다. 농업생명과학대 등 일부 단과대 학생회 내용을 문제 삼아 배포를 반대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총동창회의 이러한 행위는 균형을 상실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인걸 서울대 국사학과장은 "한국현대사 이해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있는데 '대한민국 이야기'는 그 중 극단적인 한 견해를 대변한다"며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책을 총동창회가 신입생에게 배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도 "'대한민국 이야기'가 가진 역사 인식은 여러 번 문제가 됐고 역사학계에서도 비판이 있었다"며 "이 같은 책을 총동창회 기금으로 구입해 회장 이름으로 나눠줬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서울대 총동창회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다룬 책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균형 잃은 이런 책을 신입생들에게 권하다니, 서울대 동창회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를 일"이라고 개탄했다.

심 대변인은 "신입생들이 아무리 이제 막 대학에 입학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근대화가 일제 덕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만큼 최소한의 역사인식도 갖추지 못했겠냐"며 "신입생들에게 편향된 역사관을 권하는 서울대 동창회의 부적절한 행동은 상식을 갖춘 후배들에게서 비난과 비웃음만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서울대 총동창회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후배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대 총동창회 쪽은 "대학에 갓 들어온 후배들이 처음 읽는 책이다 보니 딱딱하지 않은 책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우성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