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전 예고도 없이 고속철도(KTX) 호남선의 좌석수를 줄여 호남선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대전 중구)은 22일 "철도공사가 지난 5월 1일부터 열차편성 및 운행계획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면서, 좌석 수가 부족한 KTX 산천을 호남선에 집중 배치해 호남선 KTX 좌석이 주당 1만석이나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X를 이용해 서울 등으로 출·퇴근하는 호남선 이용객들이 표를 못 구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열차편성 및 운영계획' 변경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호남선 KTX의 경우 열차운행 횟수는 주중 2편, 주말 2편 등 총 4편이 증가했지만, 실제 공급 좌석은 주중과 주말을 합해 1만754석이 줄어들었다.

반면 기존 호남선에 투입되던 KTX가 경부선과 경전선에 투입됨에 따라 경부선과 경전선 KTX의 경우 주중과 주말을 합해 1만8322석 늘었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작한 기존 KTX의 좌석 수는 935석인 반면,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KTX-산천은 좌석수가 363석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호남선 KTX 이용객들의 경우 일반 열차표 구입은 물론, 정기권을 구입해 이용하던 승객들마저 탑승이 어렵다는 것이 권 의원의 설명. 권 의원은 철도공사의 급작스런 '열차편성 및 운영계획' 변경이 "호남선 이용객들을 무시한 철도공사의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권 의원은 또한 "갑작스레 좌석수를 1만개나 줄이면서도 철도공사측은 '열차편성 및 운영계획' 변경과 관련해 사전에 이용객들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공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사고가 빈번한 KTX 산천을 호남선에만 집중 투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쪽은 승객 안전과 열차 운행의 효율성을 감안한 편성이라고 해명했다. 또 "승객이 가장 적은 시간대의 운행을 줄였다"며 권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철도공사 홍보실 윤임수 부장은 "경부선은 승객이 많고, 호남선은 승객이 적다. 호남선은 공급대비 이용율이 평소 30%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KTX(20량)를 운행해야 하는 거냐"고되물었다. KTX는 20량, KTX-산천은 10량이다. 이에 따라 평일 승객이 적은 호남선에는 KTX 대신 KTX-산천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

윤 부장은 또한 KTX 운행 감소에 따른 호남선 승객 불편과 관련해 "용산역에서 아침 7시50분에 출발하는 '503 열차'의 경우 평소 손님이 별로 없어 KTX-산천 10량을 두 개 묶어서 운행하다가 10량으로 줄였다"며 "그런데 자유석 손님이 많이 몰리면서 '503 열차' 승객 불편이 발생했다. 이는 예측하지 못한 수요"라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오는 23일부터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503 열차'의 자유석을 현재 한 량에서 두 량으로 확대한다. 새달 7일부터는 503·411·508 열차 등 호남선 4개 열차를 KTX-산천에서 KTX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