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국민 힘으로 잘못된 협상 뒤엎어야"
상태바
강기갑 "국민 힘으로 잘못된 협상 뒤엎어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04.20 22:2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 이틀째 단식농성... "이명박 정부는 막가파 정부"

단식농성 이틀째인 20일 오후. 농성장이 설치된 청와대 분수대 앞은 마침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중국 관광객들로 소란스러웠지만 정작 농성장은 썰렁했다. 깔개 하나와 물병이 전부였다. 그 흔한 천막도 없었다. 한복 차림의 강 의원은 밀짚모자 하나로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 보고 털보라고 합니다. 투박하라고 합니다. 몸도 왜소합니다. 그러나 저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두 발입니다. 고무신 신은 두 발로 미국 워싱턴과 홍콩, 대한민국 방방곳곳을 뛰어다니며 결국 한미FTA 상정을 막아 냈습니다.

이제 이 두 발로 사천 곳곳을 뛰어다니겠습니다. 삼천포 어시장에서 농촌에서 공장에서 뛰고 있는 강기갑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강기갑과 함께 사천 미래를 위해 달려갑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경남 사천) 의원. 4.9 총선에서 그는 고무신이지만 두 발로 뛰겠다는 이 약속 하나로 태산같은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넘어뜨렸다. 사천 시민들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를 안기며 평생 추억하도록 했다.

이런 강 의원이 총선 승리 열흘 만에 길바닥에 나앉았다.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항의해 1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년, 17대 의정활동을 하면서 네댓 차례에 걸쳐 65일 간 단식을 했던 그다. 

단식농성 이틀째인 20일 오후. 농성장이 설치된 청와대 분수대 앞은 마침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중국 관광객들로 소란스러웠지만 정작 농성장은 썰렁했다. 깔개 하나와 물병이 전부였다. 그 흔한 천막도 없었다. 한복 차림의 강 의원은 밀짚모자 하나로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있었다.

왜 단식을 하는지 물었다. 그는 "입법부로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부당성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규탄하기 위해서"라며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이번 협상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호소하고 그럼으로써 국민여론과 국민의 힘에 의해서 잘못된 협상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지금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으려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이명박 정부를 그는 "막가파 정부"라고 불렀다.

그는 "앞으로 한미 두 나라 정부가 위생조건에 대해서 개별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행정부를 추궁하고 질책하고 바로 잡아나가도록 답변을 받아내는 등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인자는 대체로 26개월 이상 연령의 소들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령제한이 이번 협상에서 풀렸다.

더욱이 위험물질이 포함된 뼈나 갈비, 뇌, 내장도 일부를 제외하고 수입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광우병 발생 염려가 없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일본도 중국도, 대만도 다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꼭두각시처럼 이번에 풀어버렸다"며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 건강권을 미국에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광우병의 발생 인자인 프레온은 섭씨 600도에 한 시간을 끓여도 죽지 않고 고압의 살균을 해도 안 죽는다. 포르말린에 담가도 방사선을 쬐도 안 죽고, 오로지 태워 없애버리기 전에는 사멸하지 않는 무서운 물질"이라며 "이 물질이 들어온다면 국민건강에 치명적이다. 사람에게 감염되면 100% 사망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후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농성장으로 강기갑 의원을 찾았다.

박 수석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농성을 풀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후속 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책이란 게 사실은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일텐데, 뼈까지 다 들어와 버리면 그런 대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지금 축산농가의 타격이나 충격도 문제지만 국민 건강이 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해서 국민들이 안 사다 먹도록 하는 게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협상을 철회하는 도리밖에 없다. 인간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병을 해도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협상을 해놓았는데, 정말 어이없다." 

강 의원은 25일부터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대정부 질문 등 구체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이번 쇠고기 협상에 대해 정부를 질타하고 따져 물을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한미 두 나라 정부가 위생조건에 대해서 개별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행정부를 추궁하고 질책하고 바로 잡아나가도록 답변을 받아내는 등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지 2008-04-21 17:15:54
누구는 저렇게 뙤약볕에 앉아서 국민 건강권 지키겠다고 고생하고 잇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국민 세금 팡팡 써가면서 제일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나라 거덜낼 짓만 하고 있으니 쯧쯧쯧. 한미 FTA도 모자라 한일FTA까지 빨리
하자고 했다는구만.

강짱 2008-04-21 05:50:49
아무쪼록 건강하게 목적하는 바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제 사천시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국회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