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인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전격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야 4당 국회의원 37명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쇠고기 협상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민주당 이낙연, 자유선진당 권선택, 친박연대 이규택 의원 등은 이날 회견에서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국민건강권을 조공으로 바친 굴욕적 협상"이라며 협상 철회를 주장했다.

야4당 의원들 "국민건강권 조공으로 바친 굴욕 협상... 당장 철회하라"

이들은 "정부는 총선표를 의식해 숨겨오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해 한미 정상회담 바로 전날 타결했다"며 "미 축산업자들도 광우병으로 위험하다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허용했는가 하면, 일본·대만 등도 수입하지 않고 있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까지 수입하기로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당장 5월부터 모든 연령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1% 부자 특권층 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탄을 받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의원들은 또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정부의 대책 역시 재탕 삼탕으로 축산농가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국제 곡물가 폭등·사료값 인상으로 인해 축산농가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지난 10여 년 간 개방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말해왔던 '고급화, 유통구조개선대책'을 또 발표했는가 하면 한미 FTA 대책으로 발표했던 도축세 폐지를 재차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즉각 철회와 함께 ▲쇠고기 협상 국회 청문회 실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개토론 등을 요구했다.

집권여당 "정략적 트집잡기 그만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해라"

그러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략적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며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에도 선뜻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정치공방이 격해질 전망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를 청문회해서 여기서 트집을 잡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라면, 이러한 정략적인 목적을 위한 청문회에는 결코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도 "FTA 추진 주체는 결국 노무현 정부였다. 쇠고기 문제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고 커다란 골격이 잡혀 있었다"며 "국민들의 바람은 경제살리기, 민생살리기에 집약되어 있는데, 쇠고기 문제로 FTA 발목을 걸겠다는 것은 매우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