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과 이행법률안을 이달 안에 모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가 강력 저지 방침이어서 격돌이 예상된다.

당정은 21일 아침 국회 귀빈식당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10월 안으로 한미FTA 관련된 비준동의안과 이행법률안이 모두 국회에서 처리가 되도록 하기로 합의했다"고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 목소리로 한미FTA 비준안 빠른 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알았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회의 직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늘 고위당정회의 안건은 한미FTA에 관한 문제로 한정
하고 이에 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한미FTA 발효 전 제정 혹은 개정 대상 법률은 총 23건이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은 총 46건"이라고 설명했다.

제·개정 대상 법률 23건 가운데 9건은 제정 및 개정이 마무리됐고, 14건은 현재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에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14건 중에서 11건은 상임위에 상정돼 있고, 나머지 3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FTA 이행법률 중 상정되지 않은 법률에 대해서는 다음 주 초에 상임위에 상정해 논의 및 처리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또 이미 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도 상임위에서 빨리 논의 및 처리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워낙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경우 국회에서 또다시 대규모 출동사태가 우려된다.

민주당은 독소조항 제거 등 재재협상 또는 선결조건 해결 없이는 비준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고,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는 FTA 자체를 반대하며 한나라당의 속도전을 육탄 저지할 방침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FTA는 한미 간의 자유무역 확대를 넘어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미국 USTR의 목적을 밝히며 "3년 전 병든 소를 수입하려다 촛불벼락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병든 월가 시스템을 통째로 직수입하려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정책적 경제규제가 자유화 조치 후퇴금지제도와 투자자 국가제소제도로 무력화될 수 있음을 실례를 들어 지적한 뒤 "한미FTA는 복지국가의 꿈과 충돌한다"며 "시장만능 정글자본주의가 아닌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도 "농민과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친재벌 정부가 미국을 위한 불평등 협정인 한미FTA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총력 저지 입장을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