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한미FTA 비준안 또 날치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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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미FTA 비준안 또 날치기 시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11.02 22: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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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위 소회의실에서 기습 상정... 야당, 회의실 점거 실력저지

▲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2일 국회 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자 남경필 외통위원장(왼쪽)이 민노당 김선동 의원(가운데)에게 다가가 농성을 풀라고 설득하고 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 데일리중앙
한나라당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극한 반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시도하다 야당에 의해 저지됐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2일 오후 야당 의원들에게 외통위 회의장이 점거되자 소회의실에서 방망이도 없이 구도로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회의장 밖에서 중요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상 무효다.

이날 국회 외통위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의 대치와 몸싸움으로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2일 국회 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남경필 외통위원장(왼쪽)이 민노당 곽정숙 의원(가운데)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 데일리중앙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안의 외통위 통과를 위해 남경필 위원장을 내세워 강행 처리에 나섰고, 이를 눈치 챈 야당 의원들은 일찌감치 외통위 회의장에 진을 치고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곳곳에서 격돌했다. 양 쪽 간에 기나긴 몸싸움과 막말이 오가며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졌다.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국회 경위들은 회의장 문밖 곳곳에 배치돼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며 회의장 접근을 일부 막았다.

남경필 위원장은 상임위 회의장아 야당 의원들에게 막히자 옆 소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진행하다 기습적으로 비준안을 상정,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육탄 저지에 나서 남경필 위원장의 의도를 무산시켰다.

여야의 대치는 아침부터 시작됐다. 오전 11시께 국회 문방위 소회의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하고 여야 간사가 다시 합의할 때까지 한미FTA 처리 안 한다고 약속하라"고 남경필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남 위원장은 "나를 굴복시키려 하지마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옆에 있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남 위원장 곁에 바짝 붙어 앉으며) 이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식당가서 하지 왜 여기서 하느냐? 상임위 회의장으로 가자"고 다그쳤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황이라 외통위 회의장으로 통하는 곳곳에 경위들이 배치돼 회의장 안팎 풍경은 더없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다.

▲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2일 국회 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해 안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농성을 벌이자 회의장 밖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 데일리중앙
국회 바깥에서도 위수령이 내려진 마냥 경찰 병력이 주변을 에워싸며 살풍경을 연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을 빙둘러 대형버스로 차벽을 치고 닷새째 철통 수비를 펼치고 있다.

회의장 밖 소회의실에서 여야 의원들 간 실랑이가 계속되자 야당 의원 보좌관들이 한나라당을 향해 "날치기 안 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러는 사이 야당은 전투력을 보강을 위해 최규성·김우남·김선동·문학진 의원 등 체력이 좋은 남성 의원들을 소회의실로 대거 투입하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오전 11시56분께 남경필 위원장은 성원을 확인한 뒤 개회를 선언했다. 

남 위원장은 "민노당과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그 안에서 문 걸어 잠그고 cctv도 모두 신문지 등으로 가려 안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마치 테러영화 장면 연출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고 국민께 사과했다.

이어 "그러나 국회가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 극소수가 물리력으로 회의를 방해하고 있지만 장관을 모시고 예산심의를 진행하겠다"며 회의 진행에 나섰다.

그러자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며 남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유 의원은 "소회의실에서 예산안 심의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여야 합의로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소회의실이든 뭐든 장소는 별 문제 아니다. 의사진행 항상 여야가 합의해서 해 왔는데 지금 여야 원내대표가 한 합의도 안 지키는 마당에 어떻게 여야 합의로 진행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의원은 "3선개헌 날치기 국회서 안하고 별관 식당 같은 데서 했고, 결국 그 공화당 망했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충고했다.

이때 민주당 신건·김재윤 의원이 들어오자 남경필 위원장은 "외통위원 아닌 분들 왜 들어오냐? 지금 들어온 분은 어쩔 수 없지만 더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경위들에게 지시했다.

어수선한 대치 상황이 몇시간 째 이어졌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회의 장소를 문제삼자 "여기 정상적인 회의실이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정몽준 의원은 국토해양위에서 외통위로 사보임(상임위를 옮김)한 유선호 의원을 보자 "사보임은 병원가든지 이럴 때 하는 건데 유선호 왜 왔냐. 그만둔 사람이 못 올데 온 거 아니냐. 위원장께서 국회 규칙을 지켜줘야지"라고 반말섞인 말투로 충고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정회하고 오후 3시에 대회의실서 속개하자"고 하자, 남경필 위원장은 "오후 3시에 회의 열면 점거 않겠다고 공개 약속하라"고 말을 주고 받았다.

남 위원장은 (정동영 의원을 밀어내면서) "비켜주세요. 나오세요, 의사진행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정동영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죄짖는 거다. 이렇게 하면 이완용 되는 것"이라고 남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남 위원장은 "충분한 토론이 있었다"고 잘라 말했고, 김동철 의원은 "ISD는 절대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2일 국회 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남경필 외통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외통위 소회의실에 모여 한미FTA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말싸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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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전 국회의장)이 비꼬는 투로 "ISD 좋은 거예요"라고 했고, 김동철 의원은 "그런 무식한 말을 하냐"고 맞받았다.

또 민주당 장세환 의원 "미국의 입장에서 말하는 김형오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제박 국민과 국익을 생각하고 친미적 입장을 버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리한 여야 간 대치와 공방은 저녁 6시18분까지 이어졌다. 남경필 위원장이 일단 산회를 선포하면서 일단락됐다.

땀을 뻘뻘 흘리며 회의장에서 나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ISD가 문제다. ISD만 없으면 이 나라는 태평성대"라고 ISD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은 역사에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회의장 밖 복도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통위 회의장이나 위원장실이 아닌 소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강행처리나 날치기 시도는 국회법상 원천무효"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도 ISD에 따른 패소한 적이 있다'고 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 대해 "사실관계를 중대하게 왜곡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엄중 요구했다. 미국은 100전 100승,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것. 15건의 ISD 안건 가운데 6건은 승소, 9건은 계류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미국은 단 1달러도 다른 나라에 손해를 배상한 적이 없다"며 "ISD를 빼야만 한미FTA 국회 논의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 2일 오후 국회 외통위 회의장 문 앞 풍경.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를 막기 위해 회의장을 점거, 안에서 문을 걸어잠근채 농성을 벌이자 여야 국회의원 보좌진들과 취재진들이 문 앞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여야의 대치 상황은 오후 6시18분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면서 해소됐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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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또다시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사력을 다해 결사항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내일 본회의에서 날치기가 시도되지 못하도록 국회 둘레길을 인간사슬로 묶자"고 말하기도 했다. 4800명이면 국회 주변을 에워쌀 수 있다고 한다.

정동영 의원은 "을사늑약 때는 5적이었지만 신을사늑약인 한미FTA에는 10적, 100적에 이른다"며 "우리 역사가 이들을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 의원들과 조승수 의원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 때까지 외통위 점거를 풀지 않겠다며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직권상정이 예고되는 3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또는 10일 본회의가 한미FTA 사태의 또 한번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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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모 2011-11-03 09:27:58
내가 볼때는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돌격대요 2중대군.
이에 북치고 장구치는 조중동은 한나라당이 키우는
장학생이고. 참 한심한 것들 같으니라고.

팔도강산 2011-11-03 09:48:05
국회의원 나리들 정말이지 해마다
국회에서 할리우드 영화라도 찍는 모양이야.
정말 꼴불견이다. 어쩌다 국회가 저모양이 됐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