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법관의 한미FTA 반대 발언을 언급하며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인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하늘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미FTA에 관한 기획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며 "대법원장에게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TF 구성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이 게시판에 공개되자 김 판사의 주장과 논리에 동의하는 판사들의 댓글이 불과 몇 시간 만에 120개가 넘게 달렸다.
앞서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뼛속까지 친미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부장판사는 또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전화 출연해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조항에 대해 "사법 주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국제중재기관에 넘겼다는 점에서 나라를 판 것"이라고 이명박 정권을 원색 비난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법원장이 '법관은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 있어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권고한 당일 또다시 현직 판사의 편향된 주장이 불거진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김하늘 판사가 비판의 근거로 삼은 한미FTA 기획토론 프로그램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천정배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인터넷 토론 '을사조약이 쪽 팔려서'"라며 프로그램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은) 통상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한미FTA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나와 일방적인 한미FTA 반대 의사를 피력한 프로그램이며, 한미FTA를 을사늑약으로 규정한 프로그램의 제목만 봐도 한미FTA를 왜곡하고자 한 해당 프로그램의 의도성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 정책이나 개별 사안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사견은 다를 수 있고, 또 그 사견을 사사로이 피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공직자, 특히 재판을 담당한 법관이 균형 잡힌 관점을 바탕으로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할 현직 판사가 한미FTA 반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불평등 운운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법관의 양심에 따른 소신 발언을 '튀는 언행' '소영웅주의'에 빗대며 "법관은 판결 이외의 수단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판사들의 양심적인 소신 행동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대법원이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