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독백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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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독백 '말하라'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1.12.15 13: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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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 등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출연진 수요집회서 낭독

▲ 지난 2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공연의 한 장면(위). 이 연극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이지하·정영주(아래, 오른쪽부터)씨가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회 수요시위에 참여해 독백 '말하라' 모놀로그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랑)
ⓒ 데일리중앙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배우 김여진·이지하·정영주씨가 지난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회 수요시위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이날 집회 무대에 올라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인 '말하라' 모놀로그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말하라' 모놀로그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원작자인 이브 앤슬러가 위안부 할머니를 직접 만나, 보고 들은 얘기를 한 편의 시로 옮긴 것이다.

이날 수요집회 참가한 500여 명의 시민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기록된 '말하라'가 흘러나오는 동안 눈시울을 적셨고,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씨는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특히 이번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10주년 공연에는 '말하라' 모놀로그가 포함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사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수익금 일부를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터전인 '나눔의 집'에 기부할 예정이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공연, 12.2~1.29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매주 월요일 및 설 연휴 쉼. (☎ 1666-8662)

다음은 '말하라' 전문.

우리의 이야기들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유린 당한 우리의 몸 속에서만
전쟁의 시간과 텅 빈 공간 안에서만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문서도 자취도 없다.
오로지 양심뿐.
오직 그것뿐.

우리가 약속 받았던 것들:
내가 그들을 따라 가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
직업을 얻을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
가지 않으면 나를 죽일 거다.
거기가 더 좋을 거다.

우리가 발견한 것들:
산도 없었고
나무도 없었고
물도 없었고
황사 사막
눈물 가득한 창고
수천 명의 걱정투성이 소녀들
내 땋은 머리는 잘려 나가고
팬티를 입을 시간도 없었다

우리가 해야 했던 것들:
이름을 바꿔야 했고
단추가 잘 열리는 자루 원피스를 입어야 했고
하루에 오십 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고
생리 때도 해야 했고
옷도 벗지 않고 자지만 꺼내는 군인과도 해야 했고
너무 많은 남자와 해서 걸을 수 없어도 해야 했고
다리를 뻗지도 몸을 굽히지도 못해도 해야 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반복해서 한 것들:
욕하고 때리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속을 뒤집어 놓고
소독하고 주사 놓고
또 때리고
구멍을 내고 구멍을 내고.

우리가 본 것들:
욕실에서 화학약품을 마신 소녀
폭탄에 맞아 죽은 소녀
총으로 맞고 또 맞은 소녀
벽에 머리를 박은 소녀
익사하도록 강물에 던져 진 영양실조에 걸린 소녀의 몸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몸을 씻는 것
돌아다니는 것
의사에게 진찰받는 것
콘돔을 쓰는 것
도망가는 것
아기를 지키는 것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우리가 얻은 것들:
말라리아 매독 임질 사산 결핵 심장병 정신발작 우울증

우리가 먹은 것들: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밥 밥
우리가 된 것들:
파괴되고
도구가 되고
불임이 되고
구멍이 되고
피범벅이 되고
고깃덩어리가 되고
추방되고
침묵 당하고
홀로 되고

우리에게 남은 것들:
결코 지워지지 않은 충격
죽은 아버지
무임금
상처들
남자에 대한 증오
자식도 없고 집도 없고
텅 빈 자궁
술주정뱅이
죄의식과 수치심
아무것도 아무것도!

우리에게 붙여진 이름들:
위안부
타락한 여자들

우리가 느낀 것들:
내 가슴은 지금도 떨리고 있고

빼앗긴 것

내 삶.

우리는 지금, 74세
82세
93세

눈 멀고 느리지만 준비돼 있다.
매 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 당장
우리의 이야기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여
말하라 제발

위안부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미안하다고.

이지연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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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2011-12-16 09:44:54
중국 선원에게 맞아죽고 일본놈들에게
저런 수모까지 당하고............ 정말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통터진다.

암씨롱 2011-12-15 20:53:23
진짜 개 잡놈의 새끼들이다. 저런 종자를 어찌 인간이라 하리오. 귀신은 뭐하누? 당장 안잡아가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