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한미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우회로를 뚫겠다는 생각이고 민주당 등 야당들은 쇠고기 재협상이 확보되지 않으면 본회의 상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익을 위해서 서둘러야 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상임위조차도 통과되지 못한 채 1년이 지나가고 있다"며 "만일 비준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에게 강력하게 직권상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지금부터라도 직권상정에 관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된다"며 "지난해 BBK특검법안 직권상정에 비춰 1년 이상 논의돼 왔고, 국익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법안을 모른 채하고 직권상정조차 하지 않고 야당의 국정발목잡기를 방치한다면 의장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임채정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전날 한미 FTA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표결을 할 경우 양심 있는 당내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할까봐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지도부의 꼼수"라며 "소신 있는 국회의원들의 의사표시를 원천 차단하는 지도부의 횡포이고 대의정치, 민주정치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준비한 FTA를 18대 국회에서 처리하라는 것은 마치 시험 준비는 갑돌이가 하고 시험 치르는 것은 을순이가 하라는 식"이라며 "이것을 보면서 예전에 경부고속도로 반대했던 어리석음이 또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리당략 때문에 국익을 외면하는 것은 일자리를 빼앗고 서민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국정파탄세력이라는 오명에 이어서 경제살리기저지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쇠고기 재협상이 먼저라고 팽팽히 맞서 있다. 특히 민주당은 쇠고기 협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제출해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청문회는 끝났지만 국민들의 청문회는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국민 청문회, 국민 저항의 광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국회가 끝난다고 끝날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국정조사 추진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지금 단계에서는 재협상이 급하지만 정부가 재협상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국내법으로라도 최소한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오는 일은 막아야겠다"며 "지난 9일 최성 의원 등이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내용을 당론으로 확정해 개정안을 오늘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볍예방법 개정안은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에 한해 수입 ▲수출하는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농림부 장관이 수입 금지 조치 ▲광우병 국가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위생조건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손학규 대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를,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 대해 아주 깊이 불신과 분노가 자리잡게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즉각 재협상을 결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