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일인 5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등 야3당은 국회에서 '쇠고기 재협상 촉구 및 폭력진압 규탄대회'를 열어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성토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야당을 향해 "국회에서 얼마든지 쇠고기나 고유가 대책 등 민생법안을 다룰 수 있는데 길거리에서 엉뚱한 힘을 낭비하고 있다"며 국회 등원을 거듭 촉구했다.
야3당은 이날 오전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 속에서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국민기만, 굴복외교,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쇠고기 협상 폐기하라" "이명박 정부 내각 총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 촛불집회는 28회를 맞고 있고, 국민 저항권이 발동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 건강권과 검역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에 갖다 바쳤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원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은 어느 나라의 정당이길래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요구하는 쇠고기 재협상을 외면하냐"고 강하게 비판한 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제발 국민이 있는 대한민국 정부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민노당 강기갑 원내대표는 "국민의 건강권을 미국에 통째로 조공으로 갖다 바치고도 미국에 쩔쩔매는 이명박 정부에 (야당들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강 원내대표는 "쇠고기 협상의 수입 위생조건에서 단 한 글자, 한 획도 고치지 않고 미국의 수출업자에게 구걸하는 것이 재협상이냐"며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야당들이 국회를 열 수 있겟냐"고 정부여당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또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도 "야3당의 등원 거부는 국민의 건강권과 주권을 지키고 되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 건강권을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자의 손에 내맡기겠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의 정부 인적 구성으로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 내각을 전면 재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3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과 함께 ▲내각 총사퇴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길거리가 아닌 국회로 들어와서 민생을 챙기자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국회 개원일인데 지금 야당이 등원 거부라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며 "국회에서 얼마든지 쇠고기나 고유가 대책 등 민생법안을 다룰 수 있는데 길거리에서 엉뚱한 힘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지금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한없이 양보하면서 다 들어주고 있다. 하나 들어주면 또 다른 것 내놓으라는 식으로 해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지금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길거리 촛불집회에서 불청객처럼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국회에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의원 299명에게 등원촉구 편지를 발송했다"며 "긴급현안질의를 통해서 쇠고기 대책문제, 고유가, 고물가 문제를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위정국에 편승해서 거기에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고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야당의 등원 거부에도 불구하고 이날 의원총회를 거쳐 국회가 개원할 때까지 단독으로 등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당 기간 '나홀로 국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