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 민주당 총력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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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 민주당 총력 저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6.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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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다음주 공사 강행... 민주당 초선의원들, '제2 이치우' 발생 경고

"지난 6월 7일, 한전의 송전탑 건설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 사냥개를 대동하고 낫을 소지한 채, 여성 스님 혼자 사는 외딴 사찰에 나타나 스님이 충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있었다. 해당 스님은 지난해 11월, 공사를 저지하다 한전의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6만5000볼트의 밀양 송전탑 공사가 다음주 재개될 예정이어서 또다시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한전과 시공업체인 하청업체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밀어붙이다 지난 1월 주민 이치우 어르신의 결사항전 분신 사망 사건으로 중단됐다.

한전 쪽은 이치우 어르신 애도 기간이 지났다며 빠르면 다음주부터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분신대책위와 애도기간(3.7~6.6)에 한해 공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이뤄진 분신대책위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제2, 제3의 '이치우 어르신'이 나올 것이라며 강력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린다) 모임은 한전의 공사 강행 입장을 강력히 규탄하고 다음주 밀양으로 내려가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초생달' 소속 진선미·홍익표·남윤인순·김광진 국회의원 등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송전탑 공사에 대한 한전과 하청업체의 인권 침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대응 입장을 한전 쪽에 전달했다.

"지난 6월 7일, 한전의 송전탑 건설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 사냥개를 대동하고 낫을 소지한 채, 여성 스님 혼자 사는 외딴 사찰에 나타나 스님이 충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있었다. 해당 스님은 지난해 11월, 공사를 저지하다 한전의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한전과 하청업체의 이러한 인권침해 사례는 비단 이번 뿐 아닌 주민과의 갈등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한전은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조장하고 방조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지난 1월 이치우 어르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인권침해와 무관하지 않음을 한전은 반드시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 민주당 홍익표 국회의원.
ⓒ 데일리중앙
홍익표 의원도 "여야를 불문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공사에 앞서 한전은 사람의 생명이 먼저인지, 사업이 먼저인지 사려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은 "또다시 주민들에 대한 폭력적 대응과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면 우리 초생달 소속 의원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정치적 역량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민주당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밀양 송전탑 사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공사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밀양시도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한전 송전개발처 김수창 차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며 "90일 공사중단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민대표들과 쟁점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냉각기 동안 한전 및 하청업체와 주민 대표들이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합의에는 실패했다. 주민들은 현재 공사 백지화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김수창 차장은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송전탑 설치를 백지화하거나 장소를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용량 전력을 수송하는 이번 송전철탑 공사에는 밀양, 울주, 기장, 양산, 창녕 등 5개 지자체가 들어가 있다. 대부분 해당 주민들이 합의했는데 밀양시의 4개 면에서만 민원이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한전 쪽은 주장했다.

한전 쪽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공사 중단을 요구해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속된 말로 '거기는 그쪽 입장이 있는 거고 우리는 우리 입장이 있다'는 투다.

김 차장은 "민주당 입장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 실력으로 저지에 나설 경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밀양시도 한전과 입장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한전은 이 사업을 동양건설에 발주하고, 동양건설은 또 대동전기라는 하청업체에 시공을 맡겨놓고 있다.

밀양시 공보관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시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시공업체 간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안을 내 이 문제를 풀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 일도 아닌데 뭣하러 개입해 싫은 소리를 듣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의 입장도 그런 것이냐'고 묻자 "시장은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자체 주민들은 다 합의해 철탑 공사를 원만하게 진행하는데 밀양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했다. 

밀양시 관계자는 또 주민들이 겉으로는 전자파 때문에 못산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토지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에는 김광진·김기식·남윤인순·민홍철·박홍근·백군기·송호창·은수미·유은혜·정호준·장하나·진선미·최동익·홍익표·홍종학·홍의락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밀양의 76만5000볼트 고압 송전탑 건설 예정지를 방문,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공사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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