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살고싶으면 재산 헌납하라"... 정수장학회 강탈?
상태바
박정희 정권 "살고싶으면 재산 헌납하라"... 정수장학회 강탈?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7.10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수재단환수 공동대책위, 박근혜에 공개질의... 한홍구 교수 "인질 납치극"

"1962년 3월 어느날 새벽 중앙정보부 직원 두 명이 들이닥쳤어요. 다짜고짜 절 더러 밀수 죄목을 덮어씌우며 좀 가야겠다며 강제로 끌고 갔어요."
"살고 싶나? 그럼 니가 가진 재산을 전부 국가에 헌납해."

박정희 정권의 정수장학회 무단 강탈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선 길목에서 이 문제가 집중 부각되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때문.

오는 14일은 박정희 정권이 김지태씨가 갖고 있던 MBC와 부산일보 주식을 빼앗아 정수장학회(옛 5.16장학회)를 설립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또 박근혜 전 위원장은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1962년 3월 어느날 새벽 중앙정보부 직원 두 명이 들이닥쳤어요. 다짜고짜 절 더러 밀수 죄목을 덮어씌우며 좀 가야겠다며 강제로 끌고 갔어요."

김지태씨의 부인 송혜영씨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반란을 일으킨 박정희 군부는 이듬해 부산 사업가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낙인찍어 족치기 시작했다.

1962년 3월, 일본 출장 중이던 김지태씨가 귀국하지 않자 무장한 정보원을 서울 청운동 집으로 보내 부인인 송혜영씨를 겁박하며 끌고 갔다고 한다.

송혜영씨는 잠이 들깬 이날 새벽 정보원 두 명에 의해 강제로 집밖으로 끌려나갔다. 나가보니 집밖에는 짚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송씨를 태운 짚차는 곧바로 부산 중앙정보부로 내달렸다.

정보원들은 얼마 뒤 송씨를 부산형무소로 끌고 갔다.

한 달 반 동안 감옥에서 갇혀 있던 송씨는 남편인 김지태씨가 귀국한 5월께 풀려났다. 남편이 감옥에 갇히는 대신 부인은 석방된 것이다. 김지태씨로부터 재산을 강제 헌납받기 위한 사실상의 '인질 납치극'인 셈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김지태씨를 잡아 부산 군수사령부 법무관실에 가둬놓고, 아들한테 인감을 가져오도록 해 재산을 다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그때 박정희 정권은 김지태씨가 갖고 있던 서울MBC 지분 100%, 부산MBC 지분 100%, 부산일보 지분 100%, 부산 시내 250필지 10만여 평의 땅을 다 쓸어갔다고 한다.

유 전 대표는 "땅은 국방부가 쓰게 하고 나머지 재산은 5.16장학재단을 만들어서 뺏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김지태씨 같은 경우는 (5.16쿠데타 당시 기업인들에 대한) 본보기로 잡아다 고문하면서 헌납하려는 각서를 받아냈다"며 "거의 주먹패들이 강도짓 한 것"이라고 박정희 정권을 비판했다.

전국언론조조 등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독재재산 정수재단 환수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수장학회(부일장학회)를 박정희 군사정권이 무단 강탈했다"며 환수를 촉구했다.

공동대책위는 또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게 ▷정수장학회 강제헌납 판결 어떻게 생각하나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누가 앉혔나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국가권력을 동원해 이뤄진 수많은 민간의 인권과 재산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 공개 질의에 대해 답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정수장학회 강탈은 명백한 인질 납치극"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박근혜 의원과 정수장학회' 주제로 특강한다. 민주당 초원의원 모임 '민초넷'이 주최한다.

공동대책위는 "위 세가지 질문에 대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답이 국민들의 선택 기준이며, 검증의 일부분"이라며 공개 질의서를 박근혜 의원실에 전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