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 여야 강경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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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쇠고기 고시 강행... 여야 강경 대치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06.24 11: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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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 야 "대국민 선전포고" 강력 반발

▲ 민주당 원혜영(왼쪽)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4일 각당 공식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강행 방침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강경 입장을 밝혔다.
ⓒ 데일리중앙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이번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시가 강행될 경우 엄청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24일 정부의 고시 강행 방침에 대해 "묻지마 고시 강행" "고시 강행은 국민에 대한 제2의 선전포고" "대국민 협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애초 입장에서 선회 "고시를 마냥 늦추게 되면 한미 관계에 통상마찰이 극심해진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고시 강행 방침을 적극 거들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은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고시를 늦추겠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주 중으로 고시 관보 게재가 될 것으로 안다"며 "당초에 당에서는 다음 주 쯤으로 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고시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그 대신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를 광범위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기 전에 쇠고기 문제 안전을 담보할 만한 검역 지침이라든지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제도 등을 보완해서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윤선 대변인은 "원산지 표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인력을 보강해야 되는 등 준비작업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런 준비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내용을 국민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계도기간을 가져서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소 공장 분뇨와 오물더미 위에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맞으며 사육되고 있는 미국 소. 사료비용을 줄이고 살을 찌우기 위해 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이곳을 미국의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는 농장이 아니라 '소 공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데일리중앙
이러한 정부여당의 입장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며 전면 재협상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로 국회 개원 협상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금주 내에 강행하는 것은 야당과 국민에 대한 제2의 선전포고"라고 맹비난했다.

원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고,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고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방침을 전면적으로 번복했다"며 "미흡하기 짝이 없는 추가협상을 빌미로 정부가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입장 돌변은 이명박 대통령이 7월 초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에게 제2의 선물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1차 정상회담을 위한 선물이었다면 고시강행을 통해 수입재개는 2차 회담을 위한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주권국가로서의 검역주권도 회복하지 못하고, 국민의 건강권도 지켜내지 못한 추가협상의 결과를 자화자찬하던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안에 미국산 쇠고기 고시를 강행할 태세"라며 "고시 강행으로 또다시 거리의 정치가 재연되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국민들의 촛불을 바라보며 생각한 것이 고작 '국민을 속이기 위한 방법'이었냐"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냉정하게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아마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촛불이 꺼졌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적 동의를 거치지 않고 합의문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관보게재를 강행한다면 국민은 촛불이 아닌 '이명박 정부 불신임의 불'을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이제 촛불시위를 단막극도 대하드라마도 아닌, 연중무휴 아니 최소 4년 장수 일일연속극으로 만들기로 작정 하지 않고서야 이런 되도 않은 협박질을 할 수 있느냐"며 "국민 안심과는 거리가 먼 묻지 마 고시 강행 기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 농림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산지 표시 제도 및 검역 강화 등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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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당 2008-06-25 07:15:05
이명박 정부는 제발 정신 차려라.
국민이 이토록 반대하는 고시 강행해서 뭘 어쩌겠다는거냐.
국민이 죽어도 싫다는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와서 어쩔셈인가.
나라를 두 동강내서 말아먹겠다는것이지 다른 무슨 속셈이 있는것인지?
혹시 이 대통령도 미국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인가?

우희진 2008-06-24 17:14:27
끔찍해라.
정부가 정말 국민을 위하는 정부인가 의심이 생기네.
국민 건강권을 저렇게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건지
추가협상 결과 아직 아무것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데
덜컥 고시부터 관보에 실어 강행하겠다는 속뜻을 알 수가 없다.
혹시 미국 정부 압박 때문인가? 저기 말대로 부시 방한 선물용인가요?

광우병소 2008-06-24 14:59:04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르니, 저런 정부를 어떻게 믿냐고.
정부든 한나라당이든 다들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렸나봐.
다를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언제는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고시를 보류하겠다고 하더니 사흘도 안 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 바꾸기에 나서다니. 대단한 물건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