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기륭전자 노동자 살려달라" 눈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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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기륭전자 노동자 살려달라" 눈물 호소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8.08.04 10:0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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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시간이 없다, 목숨 만은 살리고 보자"... 국회서 무기한 동조 단식농성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77일째 파업투쟁, 5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지금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때입니다. 기나긴 단식으로 나머지 삶이 온통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 이 분들의 옆에 있고 싶습니다. 같이 울고 싶습니다. 1000일이 넘게 한뎃잠을 자고 그것도 모자라 55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이 분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55일째 회사 경비실 옥상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식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규직 전환'을 외치며 1077일째 회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벌써 만 3년. 기나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기륭전자노동조합 김소연 위원장 등 조합원들은 마침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1일부터 끼니를 끊고 부당해고 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두 달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등 야3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 15명이 최근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회사와 노동부, 집권여당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이 의원은 회견에서 "정규직으로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55일째 단식 중인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오늘 다시 못 올 길로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내려앉았다"며 "이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최저임금보다 단 10원 많은 기본급, 월 100시간 추가 근로, 계약기간 3개월, 잡담했다고 휴대폰 문자로 해고 통보, 이것이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며 "그러나 회사는 벌금 500만원 내고 손을 털고 교섭에 나서지 않았고, 노동부도 이런 현실에 눈을 감았다"고 고발했다.

기륭전자 노동자의 흐르는 눈물
지난 6월 8일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며 서울 구로역 폐쇄회로 TV(CCTV) 철탑 위에 올라가 14일째 고공농성과 5일째 단식투쟁을 벌이던 동료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자 서러움에 복받치는 듯 한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월 10일 노동자들에게 1년 후 정규직화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하고 이를 보증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7월 23일 회사와 노동부 관계자를 따로 불러 1년 뒤 신설회사에 간담회로 정규직화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만들었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노동자 없이 제3자끼리 결정한 것이다.

이 의원은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만들어 준 중재안에 기세등등한 회사 쪽은 더 이상 교섭은 없다고 을러댔고, 경찰은 체포영장을 들고 왔다"며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를 강력 비난했다.

이 의원은 국회와 국민이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달라고 거듭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국회가 나서서 파견법을 고쳐야 하며, 법 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며 "더 이상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흐느끼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이며 울먹였다.

이 의원은 "지금부터 삶과 죽음의 기로를 눈 앞에 둔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과 단식으로 동행하겠다"며 기자회견 직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국회 본청 계단으로 이동해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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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2008-08-05 00:02:40
검찰은 엉뚱한 데 신경쓰지 말고
저런 악덕 업주들이나 잡아 넣어라.
더운데 짜증난다.

노컷 2008-08-04 17:45:58
1000일 넘게 외롭게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데 정치권은 맨날 내가 잘났네 니가 잘났네만 하고 있지. 목숨을 건 단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군. 잘못돼도 참 한참 잘못됐다.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가.

비정규 2008-08-04 15:26:20
자그만치 36개월이다. 만3년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뭘했나.
그나마 양심있는 몇몇 의원이 나섰다고 하지만 사용자측에게는 소귀에 경읽기 모양이다.
역시 민노당 이정희 의원같은 의원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무기한 단식농성이라고 하니 건강을 잘 챙겨야 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