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사고, 예고된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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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몰사고, 예고된 참사였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07.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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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 중 노동부 지도·감독 받지 않아... 안전점검 기업 자율에 맡겨

▲ 지난 15일 일어난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의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2012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우신건설안전기술단과 720만원에 체결한 안전컨설팅 계약서.
ⓒ 데일리중앙
지난 15일 7명의 인명 피해를 낸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노량진 수몰사고)가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노동부 서울관악노동지청으에게 제출받은 '올림픽대로 상수관 이중화 공사현장' 자율안전컨설팅 신청서 및 통보 서류를 확인한 결과 이렇게 밝혀졌다.

해당 공사는 노동부가 시행하고 있는 '건설업 자율안전컨설팅제도'가 시행 중이었고, 이에 노동부는 점검표 결과와 개선 사항을 형식적으로 점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임에도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을 강행했으며, 수압을 견디지 못한 차수막이 파손돼 한강물이 작업장 안을 덮쳐 7명의 인명 피해가 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건설업 자율안전컨설팅 제도는 공사금액 120억원(토목공사 150억원) 이상 80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건설안전전문가(건설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 등)와 1년 이상 자율안전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1회 이상 자체 안전점검을 하면 정부 차원의 감독점검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번 사고 현장의 경우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2012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우신건설안전기술단과 720만원에 안전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월 1회 점검 컨설팅 당 100만원에 자율안전컨설팅 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량진 수몰사고 사업장 개요

공사명: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비상관로) 부설공사(서울 동작구 본동 258-1)
공사금액: 154억원/ 공사기간: 2011.9.8~2014.4.5/ 발주자: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
시공사명(원청): 천호건설㈜ 외 2개사(공동시공)/ 하청업체: ㈜동아지질

노동부는 감독관의 전문 역량 부족을 내세우며 외부 전문가에 의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건설현장의 감독 역량을 보완하고, 기업의 자율안전관리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1년부터 건설업 안전컨설팅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산업 전반에 기업 자율의 안전보건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복잡한 원하청구조와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건설 현장에서 기업에게 자율로 현장의 안전보건을 맡기거나 외부기관에 안전점검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 노량진 수몰사고와 같이 잇따른 인명 피해와 중대재해가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가 자율안전컨설팅제도와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즉시 시정하고 노동부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2012년 고용노동부 자율안전컨설팅 선정 안내 공문.
ⓒ 데일리중앙
한정애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감독관의 역량 부족과 전문가의 기술 지도를 이유로 자율안전컨설팅을 도입해 건설현장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사고의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건설업은 다단계 하청을 거치며 안전과 산재예방조치가 부실해지고, 작업환경도 위험한 만큼 고용노동부는 건설업 자율안전관리제도, 자율안전컨설팅제도를 폐지하고, 산재사고 예방을 위한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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