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만 촛불 "국정원 해체하라, 박근혜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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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만 촛불 "국정원 해체하라, 박근혜 사과하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08.03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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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민보고대회 청계광장에서 열려... 김한길 대표, 박 대통령과 영수회담 제안

"국민들의 분노에 응답한 민주당 환영한다."
"휴가가 웬말이냐 새누리당은 각성하라!"
다시 촛불이 모였다. 주말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서울 청계광장으로 나온 시민 1만여 명은 촛불을 흔들며 국정원 해체를 외쳤다.

촛불 시민들은 또 국정원의 민주주의 유린과 국정 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다.

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에는 수도권 일대에서 몰려든 당원과 시민 등 1만여 명(주최 쪽 추산 2만명)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도 대거 참석했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신경민 최고위원, 추미애·박영선 의원 등 소속 국회의원 127명 중 107명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들의 분노에 응답한 민주당 환영한다."
"휴가가 웬말이냐 새누리당은 각성하라!"

이날 민주당의 대규모 정치집회에는 집권세력을 성토하는 격렬한 구호와 함께 수십개의 깃발이 하늘에 나부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바로 옆 동아일보 앞에서 6.25 한국전쟁 사진전을 진행하며 맞불을 놨다. 확성기에서는 반공·군가가 쉴새 없이 울려 퍼지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귓전을 때렸다.

"원판(원세훈-김용판)이 나와야지 복제판이 나오면 안된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몇 달 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이 연이어서 벌어졌다. 그 하나하나가 지난 수 십년 간 없었던 엄청난 헌정파괴 행위였다."
오후 5시30분부터 서영교 의원의 사회로 민주당 국민보고대회 사전 집회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휴가가 웬말이냐"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성토했고, 이석현 의원은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원판(원세훈-김용판)이 증인으로 나와야지 복제판이 나오면 안된다" "김새면 국정조사 안 된다. 김세(김무성-권영세)가 나와라"고 소리쳤다.

청계광장을 꽉 메운 시민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국정원을 개혁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또 대회장 입구에 마련된 시민·노동단체의 철도 민영화 반대 서명 운동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한 여름의 땡볕 아래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우리는 광장에 모였다.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 금쪽 같은 주말 오후에도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이렇게 광장에 나와 주신 모든 분들께 존경을 바친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몇 달 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이 연이어서 벌어졌다. 그 하나하나가 지난 수 십년 간 없었던 엄청난 헌정파괴 행위였다."

김 대표는 대중연설을 통해 "국정원이 대선개입사건을 덮으려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 공개하며 정치에 개입한 일,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증거를 은폐 축소하면서 대통령 선거 3일 전 밤늦게 거짓수사 발표로 국민을 속인 일, 대선과정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불법 유출된 일, 그리고 이 회의록을 대선 유세장에서 낭독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활용한 일,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 아닌가"라고 했고, 이에 시민들은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김한길 "이 엄중한 시기에 여름휴가?"

그는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명령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인물조차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을 반대했다"고 비난했다.

또 "국정조사가 몇 일 남지 않은 때에 여름휴가 운운하며 서울을 떠나버렸다. 이것은 야당을 우롱하는 것이며, 국회를 우롱하는 것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와 역사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하자 '새누리당 해체' '국정원 해체' 목소리가 하늘에 메아리쳤다.

"국정원을 해체하고 박근혜는 무를꿇고 사과하라!"
김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압박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 국민과 국회에 의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 앞에 밝히라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의 이러한 요구에 시민들도 한 목소리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오늘 밤에도 광장에서 진실의 촛불이 타오른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국민이 다 아는 진실을 대통령과 새누리당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국정원의 잇딴 전횡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고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정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 대표는 독일의 빌리 브란트 수상의 '과거를 연장한다고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바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나서 진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공개 제안했다.

김 대표는 "사전 조율도 의전도 필요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엄중한 정국을 풀어내야 한다"며 청와대에 촉구했다.

김 대표의 대중연설에 "새누리당 해체" "국정원 해체"

김 대표는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일동은 일당백의 자세로 한손에는 민주, 한손에는 민생을 움켜쥐고 무소의 뿔처럼 두려움 없이 한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또 도종환 시인(민주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시를 크게 읽으며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했다.

민주당 여성의원 14명은 청바지와 흰색 상의를 똑같이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 이색적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아침이슬'을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고, 앙코르 요청이 있자 '일어나' '상록수'를 합창했다.

"국정원을 해체하고 박근혜는 무를꿇고 사과하라!"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관련된 국정원 인사의 즉각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알바연대 등 청년 대학생들은 이렇게 적힌 선전물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국정원을 당장 해체하고 대신 국민참여감시기구를 신설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그리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이날도 재차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진실 은폐를 위한 국정조사 거부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더 이상의 거부 행위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엄중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병헌 "남재준 즉각 해임하라" 박 대통령 압박

전 원내대표는 "셀프개혁 지시로 국정원 개혁을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국정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송두리째 개혁하자는 국민과 민주당의 요구에 대통령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불법 공작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부끄러움이 없다면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정조사를 정상화시키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MBC 앵커 출신의 신경민·박영선 의원이 나와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클로징 멘트를 하는 동안 MBC <뉴스데스크> 로고 음악이 흘러나왔고, 국민 앵커로 이름을 드날렸던 신경민 의원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지자 광장은 열광했다.

신 의원은 "오늘 국민보고대회를 쭉 지켜보니 앞으로 여러분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서 청와대에 전달될 것 같다. 저의 이러한 전망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경민-박영선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 광장 열광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MBC 기자 출신 신경민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이날 대회의 클로징 멘트를 MBC <뉴스데스크> 버전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 데일리중앙
또 박영선 의원은 "이날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에는 주최 쪽 추산 2만명, 경찰 쪽 추산 1만명, 조중동 추산 500명이 모였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의 보도 태도를 비꼰 것이다.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끝나자 저녁 7시부터 같은 자리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민주당도 촛불집회에 결합했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시작된 촛불대회에서는 '국정원 해체' '박근혜 사과'가 주요 구호로 등장했다.

▲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284개가 모인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촛불을 흔들며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민주당도 참여했다.
ⓒ 데일리중앙
한편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는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10만명이 모이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진상규명 촉구 범국민 촛불대회를 예정해놓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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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2013-08-04 13:08:39
민생이고 서민들 생각은 다 팽개치고 우리만 즐기면 된다 이건가?
역시 한나라당 새누리당스럽다. 박정희의 후예답다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