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반값등록금도 안하면서 종편에 195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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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반값등록금도 안하면서 종편에 195억 투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10.1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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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비회계로 수익성 없는 종편 출자... 윤관석 의원, 교육부 강하게 질타

▲ [표1] 사립대학별 종편 투자액(단위: 백만원).
자료=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 MBN은 방통위에 사업계획서 및 승인심사자료를 미제출함.
ⓒ 데일리중앙
한양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사학 명문대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종편(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에 앞다퉈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있다.

대학들이 출자하고 있는 종편은 TV조선(조선일보 종편), JTBC(중앙일보 종편), 채널A(동아일보 종편), MBN(매일경제 보도채널), 뉴스Y(연합뉴스 보도채널) 등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관위 민주당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은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대학들이 수익을 담보할 수도 없는 종편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질문 공세를 펼쳤다.

윤 의원에 따르면, 종편 출범에 따른 주식 출자자 모집에서 비영리법인인 17개 학교재단들이 195억5500만원을 종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참고)

2007년 12월 당시 교육부가 적립금 50% 한도 내에서 금융상품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상당수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투자를 했고, 그만큼 손실을 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종편은 손실이 충분히 예상되는 분야라는 게 윤 의원의 주장.

종편의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종편 심사위원들도 부정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종편 심사위원은 "신문사업 경력은 있지만 종편 사업 경험이 없는 신청인이 본 사업 1년 만에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일부 사업자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완전히 장밋빛 전망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추정 재무제표상으로는 수익성 전망이 크게 높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종편에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60억원을 출자하고 있다고 한다.

▲ [표2] 각 대학들의 회계별 종편 투자 현황. (자료=교육부)
ⓒ 데일리중앙
더군다가 내년 상반기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종편은 승인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공익광고 의무편성 위반, 사업계획 미이행, 편파 방송 등이 밝혀지며 징계를 받기도 했다.

매체별 출자 금액을 살펴보면, 조선TV 74억원, 뉴스Y 63억원, 채널A 38억5000만원, MBN 16억원, JTBC 4억원이다.

대학들이 종편과 보도채널에 투자한 현황을 살펴보니 ▷교비회계 13억5000만원 ▷산학협력단 10억원 ▷법인회계 172억500만원 등이었다. (표2 참고)

대학과 기업 간의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경험을 높이고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산학협력단 3곳(한양대·고려대·이화여대)이 종편에 출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양대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다수의 종편 사업자에 중복 출자했다.

산학협력단 회계로 종편(채널A)에 5억원을 투자한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산학협력단 회계로 종편에 투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국회 교문위 윤관석 의원은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사립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종편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 데일리중앙
윤관석 의원은 대학들이 산학협력단뿐 아니라 교비회계로 종편에 투자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교비회계로 종편에 투자한 대학이 5곳(단국대·우송대·중부대·한국외대·영진전문대)으로 확인됐다. 교비회계는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이 주 수입원이다.

종편에 투자한 대학법인의 법정부담금(재단이 학교(교비회계)에 제공해야 하는 비용)은 총 664억70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법인이 학교(교비)에 제공한 법정부담전입금은 379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종편에 투자한 학교법인은 평균 56.5%만 학교법인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는 교비회계에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실익도 없는 종편에 학생 등록금으로 출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편에 50억원을 투자한 수원대는 법정부담금의 2.3%만 부담했고, 10억원을 투자한 동서대는 1.5%만 부담했을 뿐이라고 한다.

윤관석 의원은 대학들의 등록금 유용 등 부적절한 투자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윤 의원은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사는 대학생들의 소중한 등록금으로 하염없이 바닥을 치는 종편에 투자한 대학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느냐"며 "산학협력단과 교비회계로 종편에 투자한 대학은 주식을 매도하고 학생들의 피땀으로 대학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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