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연봉은 '최고', 사회공헌은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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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공사, 연봉은 '최고', 사회공헌은 '찔끔'
  • 김용숙 기자
  • 승인 2013.10.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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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의원, '윤리투자' '사회책임투자' 주문... '한국산 론스타' 경고

▲ 해외 국부펀드들이 취급하지 않는 사업. (자료=KIC)
ⓒ 데일리중앙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부펀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투자윤리를 갖추고 '윤리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산 론스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거론됐다.

한국투자공사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로 2005년에 출범해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위탁받은 550억 달러(2013년 9월말 현재)를 운용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은 23일 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도의 윤리 경영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투자공사가 그간 위탁받은 국부를 수익성 있게 관리·운용한다는 기본적인 임무를 나름대로 수행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국부펀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KIC 자체가 국가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일종의 자산운용사이지만 수익률만을 좇는 일반 자산운용사와는 차별화된 높은 윤리적 행동기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한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함을 주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높은 '투자윤리'(investment ethic)를 가지고 '윤리투자'(ethical investment)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KIC는 일반적인 직원윤리기준 외에 별다른 투자윤리 규정이나 자금운용상의 원칙을 세워두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해외의 몇몇 국부펀드들은 자국의 특성에 맞게 일정한 투자금지품목을 설정해놓고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0년에 설립돼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NBIM의 경우 무기, 담배, 환경오염 등 산업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NBIM 내에는 '윤리위원회'가 있으며, 투자 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 투자 철회를 권고하고 있는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

이슬람 계열의 국부펀드들은 자국의 문화를 반영해 도박, 술, 돼지고기, 무기, 영화, 담배 등과 관련된 산업에는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 나름의 '윤리성'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투자공사(KIC)는 해외 국부펀드들과는 달리 담배, 도박, 주료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등 별다른 금지품목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자료=KIC)
ⓒ 데일리중앙
KIC는 이와 같은 해외 국부펀드들의 투자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원화표시자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등의 그 설립목적과 관련된 지극히 기술적인 기준과 수익률 관련 기준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올 9월 현재 KIC는 별다른 금지품목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이인영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KIC가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SRI)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다른 모범적인 국부펀드들처럼 몇몇 분야를 투자금지품목으로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 윤리성을 담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일각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회책임투자'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책임투자란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재무제표나 성장성 등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일반 투자 방식과 달리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함께 고려해 종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투자이익이 증가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전 인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SRI펀드의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해외 SRI펀드 수익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2006년부터 사회책임펀드를 조성해 국내주식위탁 중 사회책임투자형 펀드가 15.5%를 차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도 각각 2008년과 2013년부터 사회책임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 국회 이인영 의원은 23일 한국투자공사의 윤리투자를 강조했다.
ⓒ 데일리중앙
이인영 의원은 "사회책임투자 등을 통해 그간 KIC가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쌓았다면 국감을 앞두고 사장이 사퇴하는 현재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석 KIC 사장은 나빠진 경영평가 결과를 이유로 국감을 앞두고 이날 사퇴했다.

이 의원은 "19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줄곧 론스타 등 국제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돼온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소한의 윤리적 규제도 받지 않는 국제투기자본의 폐해를 잘 안다"면서 "KIC가 해외투자 과정에서 그와 같은 투기자본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투자윤리를 강화하고 사회책임투자의 비중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저조한 경영평가에도 불구하고 KIC 사장의 연봉은 공공기관장 연봉순위 2위다. 사회책임투자 등을 통해 그간 KIC가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쌓았다면 국감을 앞두고 사장이 사퇴하는 현재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공사 쪽은 "사회책임투자의 범위가 넓다"며 "투자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업을 배제한다든지 나름대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숙 기자 news7703@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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