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5년간 기재부 예비비로 1조8000억원 활동비 숨겨
상태바
국정원, 5년간 기재부 예비비로 1조8000억원 활동비 숨겨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11.04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방부·경찰청 등에서 특수활동비로 예산 숨기고 사용... 문병호 의원, 이중특혜 지적

▲ 국정원이 자신의 활동비 중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편성하고 사용해온 예산이 지난 5년 동안 1조789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중특혜라는 것이 국회의 지적이다.
ⓒ 데일리중앙
국가정보원이 자신의 활동비 중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편성하고 사용해온 예산이 지난 5년 동안 1조789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3579억원의 거액이다.

국정원은 또한 국방부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다른 부처에도 특수활동비로 예산을 숨기고 사용해온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결과 밝혀졌다.

국정원 예산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심사한 안을 총액으로 국회 예결위원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도 기재부 예비비 형식으로 별도로 배정받도록 규정한 것은 이중특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일반적으로 모든 예산이 국회의 심사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이자 예결특위 위원인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4일 2012년도 정부 예산집행 결산심사를 위해 기재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예비비 중 국가정보원 사용 예산 결산 내역'에 따르면, 2012년 기재부 예비비 중 국정원 활동비는 '국가안전보장 활동경비' 명목으로 3750억원이 책정돼 3690억원이 집행됐다. 60억원은 불용됐다.

지난 5년 간 이렇게 기재부 예비비로 편성된 국정원 활동비 총액은 1조7897억원으로 그 중 1조6937억원이 집행되고, 960억원이 불용됐다. 집행 기준으로는 연평균 3387억원이 쓰인 셈이다.

국정원의 숨겨진 활동비는 경찰청에도 있었다.

문병호 의원이 경찰청에게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경찰청 특수활동비 중 국가정보원 사용 예산 결산내역'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경찰청은 국정원 활동비로 4134억원을 책정해 4007억원을 집행했다. 24억원은 이월하고, 123억원을 불용했다.

예산 기준 연평균 827억원이고, 집행 기준으로는 연평균 801억원을 쓴 셈이다.

다른 부처 예산에 숨겨진 국정원 예산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령부, 정보본부 특수활동비에도 있고, 해양경찰청 기획특수활동비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관련 특수활동비 결산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예비비 중 국가정보원 사용 예산 결산 내역(단위: 백만원). 자료=기획재정부
ⓒ 데일리중앙
최근 국회 국방위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2014년 국방부 특수활동비 예산 현황'에 따르면, 국정원이 국방부에 지원한 특수활동비는 2010년 1620억원, 2011년 1428억원, 2012년 1567억원, 2013년 1714억원이다.

2014년도 정부안에는 1771억원이 편성되어 평균 3~10%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요원들의 불법 선거개입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에 지원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점점 증가세를 보였다.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에는 지원이 없었으나 2011년 30억원, 2012년 42억원(40%↑), 2013년 55억원(31%↑)으로 늘어났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2014년 지원예산은 64억원이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있던 2012년도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에 지원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전년도에 비해 40%나 늘어 대선공작비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문병호 의원은 "국정원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할 국가기관이면서도 특수활동이라는 이유로 연 1조원이 넘는 혈세를 어떤 목적과 사업에 사용하는지 국회조차 알 수 없는 치외법권을 누려왔다"며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부족하다보니 국정원의 안보활동은 무능해지고 국민의 혈세로 국민을 상대로 불법 선거공작을 일삼는 자기모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문병호 민주당 국회의원은 4일 국정원이 최근 5년간 기재부 예비비로 1조8000억원의 활동비를 숨겨 사용해왔다며 이는 이중특혜라고 지적했다.
ⓒ 데일리중앙
문 의원은 "국정원이 특정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정원 예산과 결산 심사도 정보위원회 심의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국회 예결위도 심의해서 국회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발표한 '민주당 국정원 개혁방안'에 따르면,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를 위해 ▲정보위가 국정원 본예산의 세부항목을 면밀하게 심의하고, 국회 예결위도 국정원의 모든 예산을 심의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단일비목 편성을 금지하고(인건비, 기본경비, 사업비 등으로 구분 편성) ▲국정원장 책임 하에 수행하던 회계 및 직무감찰을 타 부처와 동일하게 감사원이 실시하고, 결과를 국회 담당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민주당은 국정원 예산 감시 강화를 위해 지난 8월 22일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장병완 정책위 의장 대표발의). 지금까지 기재부 예비비로 기형적으로 편성해오던 국정원 예산 일부를 정상적인 국정원 본예산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예산회계특례법'은 1963년 제3공화국 시절 제정된 것으로 국정원의 안보활동 경비를 기재부 예비비로 지출하는 근거조항만 규정한 특수한 법이다.

이처럼 국정원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비비 형식으로 별도로 배정받도록 규정한 것은 이중특혜라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모든 예산을 총액으로 국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며 이중특혜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인건비, 활동비, 장비구입비 등 모두가 특수활동비다. 일반적으로 특수활동비라고 하면 특수한데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보기관의 특수성으로 모든 예산이 특수활동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