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서울 강북갑)에 따르면, 올 6월 기준으로 강북구 번동 소재 영구임대아파트인 주공5단지와 수유벽산, 수유삼성 등 인근 분양아파트의 관리비를 견줘 본 결과, 3.3㎡당 많게는 1026원까지 차이가 났다. 이를 18평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임대아파트 주민이 월 1만8000원, 연 22만원을 더 내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한주택공사(주공) 산하 전국 375개 임대아파트 가운데서도 영구임대의 관리비가 제일 높았다. 정 의원실이 올해 7월 기준으로 서울시 소재 21개 임대아파트 단지를 분석했더니 ㎡당 월 관리비가 영구임대는 838원, 임대 기간이 5~10년인 공공임대는 710원, 임대 기간이 10~20년인 국민임대는 602원으로 나타났다.
관리비가 가장 높은 곳인 우면단지(영구임대)의 ㎡당 관리비는 1010원으로, 가장 낮은 곳인 신림2단지(공공임대)의 412원에 견줘 무려 두 배 반 수준이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이처럼 일반 분양아파트는 물론 공공임대나 국민임대보다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 의원은 단지 관리 업무를 민간 주택관리회사에 맡기지 않고, 주공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을 통해 자체 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임대아파트 관리비 비싼 이유 따져보니 주공이 자체 관리하기 때문
주공은 현재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을 통해 전국 126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자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장의 급여를 뺀 모든 직원의 급여는 입주민에게서 거둔 관리비로 충당한다. 이러다 보니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민간 분양아파트에 견줘 많이 드는 것이다.더군다나 공단 직원들의 급여가 직급 및 호봉에 따라 늘어나는 공무원 보수 규정을 따르고 있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지적됐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임대아파트의 경우, 통상 단지 관리 업무와 임대 업무가 50:50인데도 관리소장을 뺀 모든 직원의 급여를 관리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주공은 공공임대의 경우 전체 물량 가운데 약 12%, 국민임대의 경우 약 36% 정도를 입찰 경쟁을 통해 선정된 민간업자에게 맡기고 있다. 국민임대의 관리비가 공공임대에 비해 낮고, 공공임대의 관리비가 영구임대에 비해 낮은 이유다.
현행 임대주택법 제28조에는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에 해당하면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하거나 자체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임대사업자는 관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지만 민간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 관리할 수도 있다. 자체 관리의 경우 현실적으로 입주자(임차인)는 높은 관리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파트 관리의 기준이 되는 관리규약의 제정·개정도 임대사업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법 개정 통해 입주민이 직접 관리업체 선정하도록 해야
정 의원은 "주공의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 가운데 54.5%는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며 "이제는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관리비를 상대적으로 더 내는 불공평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임대주택법을 고쳐 임차인대표회의 권한 강화 ▲단지 관리 업무 민간 위탁▲주택관리공단 민영화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쪽은 "장애인 등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영구임대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경비 초소가 많고 난방도 달라 비용이 다소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관리비만 놓고 불합리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주택관리공단 구본근 주택관리팀장도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평수가 작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투입되는 관리 인원 및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세대별로 따져 보면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적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또 독거노인, 영세민, 장애인 등의 주거복지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H공사는 올 7월 1일부터 자체 관리하던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기사등록 : 2008-09-11 10:58:20 / 기사수정 : 2008-09-11 15:15:28
주영은 기자·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