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정관 아파트 주민들, 신발장 사망사고 LH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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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정관 아파트 주민들, 신발장 사망사고 LH 성토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5.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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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고 축소·은폐가 결국 더 큰 사고 불러"... 하태경 의원, LH 책임 추궁

▲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휴먼시아아파트에서 신발장이 넘어져 8살 아이가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19일 저녁 이 아파트에서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2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LH공사를 성토했다. (자료=하태경 의원실)
ⓒ 데일리중앙
지난 2일 오후 4시께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임대아파트(휴먼시아아파트)에서 신발장이 넘어져 8살 아이가 깔려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의 부실시공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2월에도 신발장이 넘어져 어린이 2명이 크게 다쳤다. 그 중 한 명은 좌뇌부가 함몰돼 오른쪽 신체가 마비되고 실명에 가까운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과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관 입구의 신발장이 벽이나 천정과 고정되는 형식이 아니라 외부에서 조립된 신발장을 세워놓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설계됐다. 주변과 고정되지 않은 채 서 있기만 한 신발장은 조금만 심하게 당겨도 앞으로 넘어져 사람을 덮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아이들이 계단식으로 된 신발장을 기어오르거나 매달리는 장난을 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설계과정에 반영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었던 설계"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신발장은 높이 230cm * 폭 120cm * 깊이 35cm 규격의 집성목 재질로 만들어졌다. 무게 중심이 높고 중량이 무거워 만약 사고가 났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정확한 고정이 필요한 신발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하태경 의원은 19일 저녁 해당 아파트 1단지에서 입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주민 200여 명이 모인 이 간담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관리공단을 향한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신발장이 부실하게 시공됐다며 LH 쪽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또 지난해 사고 직후 보강공사 과정에서 사고발생 사실과 신발장 보강공사 이유를 주민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은 "작년에 갑자기 신발장 보강공사를 한다고 직원들이 찾아왔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주민들이 신발장 보강 공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신발을 다 빼라 어쩌라 하니 귀찮다며 보강공사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LH 쪽의 지시로 보강공사를 담당했던 S업체 역시 "우리도 처음에는 왜 보강공사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보강공사를 하는 중에 주민들 사이에서 신발장이 넘어져서 아이들이 크게 다쳤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 사고가 난 부산 기장군 정관면 한 임대아파트의 신발장. 주변과 고정되지 않은 채 서 있기만 한 이 신발장은 조금만 심하게 당겨도 앞으로 넘어져 사람을 덮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고정되지 않은 신발장이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자료=하태경 의원실)
ⓒ 데일리중앙
아파트 관리를 맡은 LH 주택관리공단 현장사무소의 안내문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안내문에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신발장 보강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LH 주택관리공단의 지난해 사고 축소·은폐 시도가 결국 더 큰 화를 불렀다며 LH 공사의 책임을 추궁했다.

하 의원은 "작년 사고 직후 사고 사실을 주민들에게 잘 알리기만 했어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발장 보강공사에 협조했을 것"이라며 "LH 주택관리공사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또 "LH측의 보강공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주민분들이 많은 만큼 아파트 안전부분의 전문가를 따로 모셔서 주민분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도록 끝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겠다"고 약속했다.

LH공사 쪽은 "지난해 사고 발생 후 신발장을 고정하는 보강공사를 진행해 75%정도의 보강공사를 마쳤으나 이번에 사고가 난 아파트는 세대주의 사정으로 보강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던 세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역시 여러 차례 안내방송과 공고문 등에도 불구하고 세대주가 협조를 하지 않아 보강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사고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없었고 신발장 보강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독려가 없었다며 LH공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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