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국정원 보고, 통상적 관행... 실무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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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국정원 보고, 통상적 관행... 실무자 잘못"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10.20 12: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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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국정원 사찰 둘러싸고 여야 공방... 야당 "명백한 정치사찰"

▲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국정원 국감 사찰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국정원의 국감 사찰 논란으로 파행을 빚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답변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부산지방노동청의 '2시간 이내 국감 결과 국정원 및 경찰청 보고' 문건과 관련해 "실무자들이 업무 협조 차원에서 국정원과 경찰청에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같은 업무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장관은 "자료에는 특별한 것이 없고 언론 등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감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한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해 행정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 "노동부가 국정원 산하기관이냐" 신랄한 매질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민주·민노당 의원들은 "노동부가 국정원 경찰청의 산하기관이냐"며 이 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먼저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이번 사안은 명백한 정치 사찰로 국회 권위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 무시 행위"라며 이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원래 국무총리실 요청에 따라 국감 질의 답변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무자들이 업무 협조 차원에서 국정원과 경찰청에 통상적으로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며 "노동부가 정식으로 보고한 게 아니다"라고 버텼다.

다시 김 의원이 "두 기관에 보고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실무자들의 잘못이 크다. 해당 직원들을 징계할 생각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은 "보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업무 협조로 봐달라"며 "낮은 단계의 업무 협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국정원과 경찰청에 자료를 제공해 오해를 산 것은 실무자 잘못이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특히 "지난 정부(참여정부)에서도 유관 기관들 사이에 이같은 업무 협조가 통상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보고가 아니라 통상적 업무 협조다... 자세한 건 모르겠다"

▲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노위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최근 정치 사찰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산지방노동청의 국정원과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결과 보고 문건를 보여주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질책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그러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노동부와 국정원·경찰청 간 업무 협조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관련 공무원들을 모두 징계하고 장관도 물러나라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주로 팩스로 업무 협조가 이뤄졌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남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답변 내용이 '통상적 업무 협조' '실무자 실수' 등으로 겉돌자 추미애 위원장이 이 장관에게 엄중 경고했다. 추 위원장은 "실무자 잘못이라는 장관의 인식이 문제"라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국민을 향해 진실을 말해 달라"고 질타했다.

조해진 의원 "국정원은 보고처가 아니라 수신처죠?" 이 장관 적극 엄호

이 장관이 야당 의원들에 완전 포위돼 진땀을 흘리자 여당 의원들이 긴급 구원에 나섰다. 조해진, 정진섭, 박준선 의원 등이 차례로 나서 이 장관을 엄호하며 야당의 공세를 방어했다.

조해진 의원은 "문건을 보니까 노동부가 (수감 결과를) 총리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국정원과 경찰청에도 자료가 보내져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며 "두 기관은 보고처가 아니라 수신처로 별도로 보고 자료를 작성하지 않지 않느냐"고 물어 장관으로부터 "예"라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도 일선에서 업무 협조가 있었다고 했는데, 이런 관행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장관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낮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관 기관끼리 정보와 자료 공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정진섭 의원도 이 장관 구하기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2시간 전 수감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은 국무총리실의 요구사항"이라며 "실무자들이 국정원 등에 자료를 보낸 것은 장관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는 노동부 본부에서 자료를 취합해서 총리실에 보고했지만 지금은 노동부와 국정원이 사전 조율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조차도 오늘치 사설에서 '노동부가 국정원, 경찰청의 하부인가'라고 까대고 있지 않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추미애 "실무자 잘못이라는 장관의 인식이 문제" 질타

김 의원은 "장관이 말하는 통상적인 업무가 뭐냐. 저쪽(국정원, 경찰청)에서 자료 요청하는 것이냐, 아니면 알아서 주는 것이냐"며 답변을 재촉했다.

이 장관은 "실무자들끼리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업무 협조 방식이라 상세한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여기 저기서 책상을 내려치며 "이번 사안은 명백한 정치 사찰이며 민주주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감장은 일순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은 "사찰하고 이번 사안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보라"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야의 공방이 격해지자 추미애 위원장은 오전 11시 28분께 "장관 답변을 토대로 위원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의하겠다"며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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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2008-10-20 20:33:10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고위 공직자들이 욕 먹는거랍니다.
실무자 잘못이면 장관은 책임이 면책되나요?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 정말 꼴불견입니다.
이 나라 장관 맞습니까? 옛날에는 대학 교수도 했다죠?
무슨 일만 있으면 그때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까?
예? 대답해보세요.

김진주 2008-10-20 19:12:48
의원이라는 사람들이 한가지로 장관 편들기에 혈안이 돼가지고는...
참 한심한 노릇이다. 여당은 원래 저래야 하는건가. 장관이 아무리 잘못해도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는지.

이숑 2008-10-20 19:11:03
부하 직원들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저런 파렴치한 사람이 다 있나. 저러고도 장관이야?
참 할말이 안나온다. 설사 그렇더라도 부하 직원들을 감싸야 하는것이
상급자의 본분이거늘 모든 잘못을 부하에게 떠넘기다니 쯧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