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상임위 상정을 앞두고 여야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관련 공청회를 연 뒤 곧바로 상정을 밀어붙일 태세고, 민주당은 온몸으로 막겠다며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안의 상임위 상정은 야권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며, 국익을 위해 연말까지는 반드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국익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12일 공청회를 하고 난 뒤에 바로 상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12일 공청회를 연 뒤 17일 해당 상임위(외통위)에 상정하려던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자기들 집권기에 체결한 한·미 FTA를 오로지 정부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돼서 '결사 저지하겠다' '몸으로 막겠다'는 소리까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관 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정책의총을 열어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대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주요 야당들은 여당 단독 상정 방침에 일제히 반발하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상임위 상정을 막겠다고 밝혀 큰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선 대책, 후 비준' 원칙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 상정에 원천 반대 입장을 정하고 한나라당이 상정을 강행할 경우 실력 저지하기로 했다. 비준안의 중대성에 비춰 외통위 대신 국회 차원의 별도 특위를 설치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한나라당만 국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선 대책, 후 비준'을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정부의 발목잡기라고 생각하느냐"며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준안 상정을 강행하면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직권 상정을 막기 위해 회의장 점거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원로 중진의원들로 짜여진 외통위원을 전투력을 갖춘 초재선 의원들로 일부 사보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단독 상정하면 소수 야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지 않겠냐"며 "외통위원의 대규모 사보임을 통해서라도 한나라당의 일방 상정을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공청회에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논의도 하기 전에 공청회와는 별개로 법안 상정을 강행하겠다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이냐"며 "한미 FTA가 무슨 '따로 국밥'이냐"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과 '심리적 저항감'을 털고 가자는 말"이라며 "지난 봄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촛불집회의 기억을 한나라당은 벌써 잊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자체를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국회 비준안 상정에 가장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단독 상정에 맞서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한미 FTA 조기 비준은 이미 파산한 시장 만능주의 터널로의 급발진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선 비준할 때가 아니라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기정사실로 준비하면서 적극적으로 재협상 국면을 조성해야 하며, 이참에 독소 조항들에 대한 전면 손질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