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법제처 유권해석 받아오면 자료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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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법제처 유권해석 받아오면 자료주겠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11.19 15:0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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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예비조사단 자료 제출 요구 거부... "최종 판단은 정형근 이사장이 하는 것"

▲ 쌀 직불금 국정조사 민주당 예비조사단이 19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조사에 앞서 건보공단 강암구 업무상임이사(왼쪽)와 예비조사단 오일룡(오른쪽)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의심자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야가 합의했어도 자료 제출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날 민주당 쌀직불금 국정조사 예비 조사단이 서울 마포구 공단 사무실을 방문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할 수는 없다"며 완강히 버텼다. 그러면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면 자료 제출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오일룡 조사단장이 "지난해 5월 감사원에는 105만명의 명단을 제출했으면서 국회의 요구에는 왜 협조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건보공단 강암구 업무상임이사는 "그때는 실무자 전결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감사원이든 국회든 외부로 자료가 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공단의 자료는 4800만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고유한 업무에 대해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며 "고유 업무와 관계없이 자료를 유출했을 경우 문제가 된다.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명단 개봉은 곤란하다"고 거듭 밝혔다.

박병태 건보공단 기획조정실장도 "쌀 직불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4800만 국민의 개인 정보를 잘 보호하는 것이 공단의 보다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가세했다.

그러자 조사단의 변대중 변호사는 "국회가 국정조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도대체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최종 판단자가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강 이사는 "(정형근) 이사장"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당시(지난해)는 실무선에서 판단을 했고, (정형근) 이사장 취임 후에는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자료의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일룡 단장이 "10개를 가진 부자가 1개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것까지 빼앗아버렸는데, 이런 부정한 사람을 골라내서 처벌하고 제도 개선하겠다는 것이 잘못됐느냐. 도대체 뭘 숨기기 위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에 강 이사는 "문건으로 질문해주면 문서로 답변하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내놓았다. 조사단은 "지금은 현장 조사다. 조사를 면담으로 착각하냐"고 면박하며 "당장 답변하라"고 윽발질렀다.

양쪽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고가자 건보공단 비서실 박윤태 부장이 조사단을 향해 "예비 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조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서류로 제출해 달라"며 끼어들었다. 박 부장은 정형근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그러자 임효준 조사위원(최규성 의원 보좌관)이 "미리 공문을 보내고 약속을 하고 왔는데, 이렇게 나오는 것은 예비조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냐"며 "이 자리가 건보공단 직원 아무나 회사를 대표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냐. 이건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부장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회사를 위해 대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예비 조사단의 자료 요청과 조사 활동에 대해 협조할 수 있는 범위를 법률적으로 검토를 좀 해야 겠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에 오일룡 조사단장은 "조사와 면담을 착각하지 마라. 우리는 조사하러 온 것이지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료를 안 주면 조사 활동을 거부한 것으로 결론내리겠다"고 해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한편 건보공단 강 이사는 '권위 있는 기관이 국정조사 특위에 자료를 주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제처와 같은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에서 자료 제출이 위법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꽉 막힌 국정조사의 앞길에 사실상의 우회로를 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건보공단 쪽은 국회가 요구하는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의심자 28만명의 소득과 직업을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2시 국정조사 위원들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현장 조사 및 자료 제출을 촉구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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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2008-11-19 16:33:20
정형근의 빽이 저 정도야. 야당쯤이야.

공말이 2008-11-19 17:55:29
법제처가 무슨 기관인데.
거기서 법제처가 왜 나와. 안되면 안되는 것이지 국회를 뭘로 보고 법제처 유권해석을 가져오래는 거야? 그리고 정형근 보좌관이 무슨 자격으로 저기에 끼어들어. 참 세상 요상하구만. 이사보다 더 힘이 센가. 건강보험공단이 정형근 왕국이 다된 모양이다.

김성은 2008-11-20 01:10:31
국민들이 그렇게 원하는데도 왜 저리 버틸까.
결국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명단을 제출할 수밖에 없을텐데.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 정말 답답하네. 얼마나 버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