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쌀직불금은 공단 고유업무와 관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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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쌀직불금은 공단 고유업무와 관련없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11.20 16: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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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사단 자료 제출 요구 거부... 양쪽 물리적인 충돌 직전까지 가?

▲ 국회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사건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조사단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이던 중 정형근 공단 이사장(오른쪽)과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이 3층 승강기 앞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의심자 28만명의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자료 제출 여부를 둘러싸고 20일 충돌했다.

국회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조사단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정형근 이사장에게 국정조사에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해 5월 22일 감사원에 냈던 105만명에 대한 자료를 주거나 19일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28만명의 직업과 소득 분류 작업을 해달라는 것.

그러나 정 이사장은 "쌀 직불금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이긴 하지만 공단의 고유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개인 정보를 지켜야 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고유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자료를 내줄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강온 전략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법조인 출신 김종률 의원은 정 이사장과 건보공단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법리 공방을 벌여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먼저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이 "3당 간사 합의로 건보공단으로부터 자료 협조를 받기로 했다"면서 "국정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강공을 펼쳤다.

최규식 의원도 "국민 건강의 지킴이가 되어야 할 건보공단 이사장이 쌀 직불금 부정 수령자의 지킴이가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정 이사장을 공박했다.

김우남 의원은 "감사원에는 자료를 넘겨주면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는 왜 거부하는지, 그 이중적 태도에 강한 유감"이라며 "국민 사생활 보호를 하되 실체적인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도록 국정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종률 의원은 "쌀 직불금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자료 제출 거부는 농민들의 가슴에 이중으로 대못질을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가슴에 담아 달라"고 호소했다.

▲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항의 방문한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의원들과 정형근 이사장이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자료 공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민주당 김종률, 김우남, 최규식, 최규성 의원, 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 기술이사. (사진=민주당)
"왜 우리 공단에 와서 자꾸 자료를 요청하는지 되묻고 싶다. 공단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자료는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게는 국민의 개인 정보를 잘 보호할 책임이 있다. 공단의 고유한 업무와 관련된 국정조사를 한다면 얼마든지 자료를 내주겠지만 이 경우에는 줄 수 없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절대로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엄격함이 묻어 났다. 그는 "지난해에 감사원에 넘겨준 105만명의 자료를 갖고 얼마든지 가공할 수 있지 않느냐"며 다른 방도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정 이사장은 그러면서 "(정 급하면) 법무부나 법제처 등에 의뢰해 자료 제출이 위법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가져오라"고도 했다.

그러자 김종률 의원이 발끈하며 "건보공단은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이 아니냐. 건보공단 만의 치외법권이 따로 있느냐. 제발 대한민국 실정법을 지켜달라"고 쏘아붙였다.

최규성 의원도 "지금 정 이사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그동안 자료 제출을 한 감사원과 행정안전부, 농식품부 등은 그럼 다 위법을 저지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이어 "직업과 소득 분류가 안 된 자료는 반신불수 자료에 불과하다"며 "자료 제출이 위법한 것인지 아닌지를 왜 건보공단이 판단하느냐. 위법 여부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다른 기관들은 쌀 직불금과 관련해 소관 부처라고 생각한다"며 직격을 피했다. 자료 제출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과 관련해서도 "기관의 장인 제가 최종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진행된 공단 전산실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양쪽 간에 고성과 격렬한 언쟁이 오가며 하마터면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전산실에 대한 조사는 공단 쪽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 조사단 쪽은 "내일까지 자료 제출을 기다리겠다"며 "끝내 건보공단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월요일께 정형근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러면서도 "오늘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여러모로 검토를 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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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2008-11-21 09:27:14
국정원이 괜히 국정원이냐?
옛날엔 중앙정보부였고 한때는 안기부엿다.
어마어마한 막강한 권력기관이엇다 이말이시.
그 국정원 출신이 정형근 이사장 아니냐고?
그런 사람이 야당의원 몇명왔다고 고분고분 물러나겠냐고.

김서용 2008-11-20 18:05:57
정보 유출은 사생활보호에도 위반되니 못주겠다?
요약하면 그런거군.
일견 틀린말은 아니군. 정보를 아무데나 빼돌릴 수는 없는거니까.
기관의 장으로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하는데 뭐랄꺼야? ㅎㅎㅎ

여소야대 2008-11-20 17:48:24
갱상도 사나이들의 저돌적인 힘이 엿보이는군.
한번 한다면 하는게 저들이지. 옛날에 김재규도 그러지 않았나.
정형근이야 자기 할말 다하면서 국조특위를 식물로 만들 생각인 모양이군.
공작의 대가라는 말이 괜히 생겨겠어? 국정원의 수재 아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