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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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4.10.21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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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와인 칼럼리스트)

▲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왜 맛이 좋아질까.
ⓒ 데일리중앙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비싼 와인에 관해서 알아보겠다.

여러분도 느끼는 바와 같이 와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와인은 싼 와인, 비싼 와인, 저급 와인, 고급 와인, 좋은 와인 나쁜 와인, 어린 와인, 숙성된 와인, 블랜딩 와인, 품종 와인, 스파클링, 강화 와인, 화이트, 레드 와인, 국가별 와인 등으로 다양하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실 때에 가격이 싼 경우에는 큰 걱정은 안 되지만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경우 매상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와인을 잘 아는 분들이나 잘 모르는 분들 모두에게 와인의 가격이 상당히 중요하고 특히 비싼 와인에 대해서는 예민하다.

그러면 비싼 와인은 왜 그렇게 비싸게 되는 걸까?

와인이 비싸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주된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이다.

첫째, 오래 보관한 와인
둘째, 브랜드 밸류가 있는 와인
셋째, 품질이 좋은 와인.

첫째 와인은 대체로 오래된 것일수록 비싸진다.

와인은 일반적으로 숙성을 오래하면 맛이 좋아진다. 아주 오래되어 희귀한 와인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경매로 결정되는데 수백 년 된 것은 수천 만원 혹은 수억 원을 호가 한다. 고려 청자나 이조 백자가 희귀할수록 엄청 비싸게 호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와인을 너무 오래 보관하면 맛이 끝없이 계속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까지는 좋아지나 그 이상은 점점 맛이 약해진다.

둘째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도 비싸다.

일반 와인은 수십 년이 되어도 몇 십 혹은 몇 백 만원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와인은 2-3년 된 어린 와인도 몇 백,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와인도 있다. 핸드백에도 브랜드가 있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이 아닌가?

셋째 품질이 좋은 와인이 비싸다.

품질이 좋으면 와인도 비싸진다. 와인뿐만 아니고 모든 상품이 다 그럴 것이다. 

품질이 좋은 와인이란 어떤 와인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기후와 토양 등 포도 재배에 적합한 자연 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조용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포도의 생산량은 적게, 품질은 좋게 하여 좋은 포도를 생산하고, 전통적인 기술로 와인을 잘 양조하고 잘 숙성하여 병에 담은 후 잘 숙성 된 와인”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와인의 품질은 포도에서 좌우된다.

인간은 나쁜 포도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고, 좋은 포도로 잘 해야 그 정도품질의 와인을 만들 뿐이고 잘 못하면 좋은 포도로 나쁜 와인을 만들 게 된다.

앞의 정의에서와 같이 좋은 와인을 생산하려면
첫 번째 포도가 좋아야 한다.
두 번째 양조를 잘 해야 한다.
세 번째 숙성을 잘 해야 한다.

자연 환경은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포도의 품질은 인간의 힘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와인의 양조 공정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조에서 중요한 발효 공정은 효모라는 미생물이 하는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효모가 잘 발효하도록 조건을 맞추어 주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발효의 조건을 맞추어주는 것은 효모가 가능한 많은 알코올을 생산하고 향과 맛이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발효 다음 공정이 숙성 공정이다. 숙성 공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와인이 공기중의 산소와의 산화와 환원 반응 또 에스테르화 반응 등을 통하여서 어린 와인이 점점 숙성되어 가는 것인데 이 공정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와인이 술통 속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스스로 변화하면서 익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숙성공정에서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와인을 담아두는 술통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술통들의 재질은 과거에는 흙으로 된 도기와 자기 항아리를 사용했고 그 후에는 나무로 된 술통을 사용했다. 현대에 와서는 철제 탱크, 콘크리트 탱크, 알미늄 탱크, 스테인레스 탱크, 프라스틱 탱크 등을 사용해 오고 있다. 

옛날에는 나무로 된 술통이 와인을 보존하고 운반하는데 편리하여 많이 사용했다. 그 후에 사용하게 된 철제 탱크, 알미늄 탱크, 스테인 레스 탱크, 프라스틱 탱크들은 재질들이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조치들을 하고 있다.

이런 탱크에 와인을 저장하면 공기가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어 와인이 거의 산화되지 않으므로 숙성보다 어린 와인의 품질을 유지해주는 효과가 더 크다.    

나무 통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와인을 산화한다는 면에서 썩 좋은 용기는 아니지만 옛날에는 더 이상의 재료가 없었으므로 부득이 하게 사용을 했다.

더욱이 흙으로 만든 술통들보다는 튼튼하고 또 굴리기도 쉬워 운반에도 편리했다.

그러나 이 나무통의 효과는 최근에 와서 재발견됐다. 스테인 레스 스팅 탱크, 알미늄 탱크, 프라스틱 탱크 등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와인이 빨리 숙성하고 또 와인의 향과 맛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즉 오크 통에 와인을 보관하면 오크 통을 통하여서 소량의 산소가 와인에 녹아 들어 와인이 빨리 숙성되고 오크 통에서 나오는 향으로 와인의 향이 좋게 된다.

또 오크 나무에는 타닌 성분이 많으며 이 타닌이 서서히 와인 속에 녹아 들어 쓴맛이 증가하고 바디감을 좋게 한다. 

이렇게 와인의 향과 맛을 좋게 해준다는 효과를 새롭게 발견한 다음부터 와인의 숙성에 오크 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와인의 숙성향 중에서 오크 통에서 오는 숙성향을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또 이런 와인을 고급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비싼 와인들은 오크 통에서 숙성시키고 있다.

오크 통은 비싸기 때문에 오크 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가격이 비싸진다.

미국의 오크 나무로 만든 오크 통은 하나에 약 50만원, 프랑스 오크 나무로 만든 오크 통은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다. 오크 통 하나에서 와인이 약 300병 생산 되고 있다.

와인 값이 비싸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오크 통에서 숙성하는 것이다.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공정은 인간이 하지 않고 자연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선택하는 오크 통 숙성의 차이에 따라서는 와인의 가격에 많은 차이가 생긴다. 비싼 와인들은 모두 오크 통을 사용하고, 오크 통에 오래 보관할수록 와인은 비싸게 된다(독일 등지의 일부 고급 와인은 오크 통에서 숙성을 하지 않는 것도 있다).

또 새로운 오크 통에서 보관될수록 와인 값은 비싸진다.

▲ 와인 칼럼리스트 김준철씨.
ⓒ 데일리중앙
와인의 숙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크 통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보겠다. 

오크통을 만드는 오크 나무(Quercus)는 프랑스 중부에 많이 있고 스페인, 슬라보니아, 러시아 등의 유럽과 미국 등에 있다.   

유럽에는 Quercus Robur와 Quercus Petraea 등의 품종이 있고 미국에는 QuercusAlba 품종이 존재한다.

이들은 white oak 나무들 중에서 수령이 100년 이상 된 것을 골라서 벌목하고 잘라낸 통나무를 널판지로 만든다.

프랑스 등 유럽의 나무들은 천천히 자라서 나무 결이 타이트하여 향이 강하고 타닌과 페놀이 많다. 사람 손으로 도구를 이용하여 쪼개어서 널판지를 만든다.

이들 판자들을 3~5년 동안 옥외에 쌓아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여 건조를 시키며(seasoned in open air) 향이 스파이시 하고 강하며 와인에 강한 타닌과 페놀 등으로 쓴맛이 많고 부드러운 촉감을 준다. 

미국 오크 나무는 빨리 자라서 나무 결이 넓고 타닌 성분이 낮고 톱으로 켜서 판자를 만든다. 톱질할 때에 나무세포가 파열하여 바닐린, 락톤 등의 향을 많이 발산한다. 이 판자를 가열 건조(Kiln-dry)로 단기간(6~8개월)에 건조시킨다.

바닐라 코코넛 향이 강하며 와인에 좀 미끄러운 촉감을 준다.

오크 통을 만들 때에 내부를 섭씨 162도 정도의 불로 약 40분간 그슬리면(toast) 리그닌과 셀루로즈가 분해되면서 타는 냄새와 캬라멜 향 등이 나온다. 토스팅 강도가 강하고 또 시간이 길수록(heavy toasting) 하면 향이 더 강해진다.
 
오크 통의 크기는 보르도에서는 225 리터(barrique), 부르고뉴에서는 228 리터(pie'ce)를 주로 사용한다. 

오크 통에 와인을 담아두면 와인의 품질이 수 십 년 동안 품질이 계속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새 오크 통에 와인을 숙성하면 첫해에는 약 60%의 오크 성분이 와인 속으로 녹아 들고, 둘째 해에는 약 30%, 셋째 해에는 약 10%가 녹아 들며, 그 이후에는 더 오래 둬봐야 별 효과가 없으므로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든지 아니면 그냥 와인을 보관하는 통으로 사용한다.                      

와인을 오크 통에서 숙성을 하면 오크 나무를 통과하는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서 와인이 빨리 숙성하며 오크 나무향과 오크 통을 만들면서 불에 그슬릴 때 생기는 향이 와인에 녹아 든다.

또 연간 약 2~5%의 수분과 알코올이 증발하는데 이로 인해 와인의 향이 더 진하게 된다. 오크 통에서 나오는 숙성향은 나무 향, 타는 향, 연기 냄새, 캬라멜, 바닐라, 커피, 차, 계피, 코코넛, 정향 등으로 이러한 향들은 원래의 와인에는 없던 향들이다.   

오크 통의 타닌 성분이 와인 속으로 서서히 녹아 들어 타닌이 증가하여 바디감도 좋아진다.           

와인의 오크 통에서 숙성은 길어야 2년 동안이다.

최고가 와인은 새 통에서 약 2년을 숙성하고, 그 다음 가격대 와인은 새 통에서 주로 숙성하고 사용한 통에서도 짧게 숙성한다.

그 다음 가격대의 와인은 새 통에서는 짧게 헌 통에 서는 길게 숙성하고, 그 다음의 가격대의 와인은 헌 통에서만 숙성하는 등 오크 통에서의 숙성 기간은 각각 다르다.

와인은 오크 통에서 숙성하여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오크 통에서의 와인 숙성은 아주 중요하다.

와인을 오크 통에서 숙성하면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나쁜 점도 있다. 나쁜 점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설명하도록 하겠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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