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2중대 발언'을 놓고 서로를 향해 감정이 섞인 최악의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사흘째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 5일 3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예산안 협상이 결렬된 직후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이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의 2중대로 공격한 것이 발화점이 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의모임 권선택(자유선진당 소속) 원내대표는 이날 연쇄 회동을 갖고 예산안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9일 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15일까지 늦춰야 한다'는 민주당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

그러자 조정식 대변인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의 9일 예산안 처리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며 "선진당을 한나라당의 2중대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선진당과의 감정 싸움에 불을 당겼다.

자유선진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전대미문의 경제난 속에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의 헌법적 책무도 내팽개친 뚜껑열린당의 아류, 생떼당, 떼법당"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나아가 선진당 당직자 수십명은 이날 밤 원내대표 회담 장소인 국회 운영위원장실 앞까지 진출해 '2중대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의 '2소대'로 조롱하며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데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맞서 감정 대립이 점점 격화됐다.

이재명 민주당 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어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보다 원칙없이 오락가락하며 한나라당에 영합하는 자유선진당을 두고, 국민들이 샴쌍둥이 또는 '2소대'로 부르며 조롱하는 현실을 자유선진당은 직시해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2중대 발언 사흘째인 7일에는 민주노동당도 이 공방에 가세했다. 자유선진당이 민주당을 "민주노동당의 2중대"라고 비난하면서 싸움이 3지대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선진당은 이날 대변인실 논평에서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민주당이 보여 온 망언과 행동을 볼 때 우리나라에 제1야당은 없다는 것이 자유선진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말 같지 않은 말, 글 같지 않은 글에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쇠고기 정국에서부터 지난달 추경예산에 이르기까지 우리 당의 정교한 법리를 그대로 따르고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온 점을 볼 때 민주당은 적어도 국회운영 면에서는 자유선진당의 제2소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적 인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민주당은 김정일의 하수당이거나 민주노동당의 제2중대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민주노동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승흡 대변인은 "선진당 덕분에 원내 5석의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의 2중대로 확실히 전락해서 서민 대중의 가슴에 못 박은 자유선진당의 입에서 그런 논평을 받는 것에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받았다"며 해당 논평의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자유선진당의 기존 행보를 놓고, 충분히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앞으로는 범한나라당으로 부르든지, 2소대로 불러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도 들린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감정 대립이 격화되면서 7일 오후 7시로 예정됐던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3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은 8일 오후 2시로 늦춰졌다. 두 당의 격한 감정이 그때까지 추스러질 지 두고 볼 일이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