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민자도로 건설, 주민-시행사 강경 대치
무리한 강제철거에 나설 경우 대규모 항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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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민자도로 건설, 주민-시행사 강경 대치
무리한 강제철거에 나설 경우 대규모 항전 우려
  • 석희열 기자·허윤하 기자
  • 승인 2014.11.24 08:25
  • 댓글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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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 3년째 생존권 보장 투쟁... 국토관리청 "법규정이 없다"

"이주대책을 세운 뒤 공사하라!" "포스코건설은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 "과천으로는 넘어오지 말라!"
쾅쾅쾅쾅···. 지난 6일 아침 7시, 안양시 관양동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아침밥을 짓다 중장비 소리에 놀라 주민 몇 명과 함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올라갔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산 33-8번지, 산 위에 오른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새벽부터 경찰 400여 명(주민들 추산)이 산 일대에 쫘악 깔려 있었다.

그리고 굴착기(포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총동원돼 땅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안양 쪽에서 과천 쪽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는 상황.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제2경인연결 민자고속도로(안양시 석수동~성남시 여수동, 총연장 21.82km) 제2공구 과천구간 공사장이다.

포스코건설, 경찰 동원해 공사 강행... 주민들, 강력 반발

주민들은 과천 길목을 막아섰다. 이들은 과천시 갈현동 일대에서 10~30년 동안 화훼단지에서 꽃농사를 짓거나 판매하는 농민, 영세상인 지상권자들(하우스)이다. 주로 남의 토지를 빌려 농사짓는 세입자들.

이 민자고속도로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계속되는 중장비 소리에 주민들과 연대활동가 등 30여 명이 삽시간에 산 위 공사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주대책을 세운 뒤 공사하라!" "포스코건설은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 "과천으로는 넘어오지 말라!"

주민들은 이렇게 외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 지난 6일 새벽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제2경인연결민자도로 공사구간인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산 33-8번지에서 시공회사인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이 '선 대책, 후 공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
ⓒ 데일리중앙
불어난 주민들을 향해 경찰이 경고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흩어지지 않으면 잡아가겠다고 위협했다. 서너 차례 경고방송을 한 뒤 강제해산 작전에 나섰다.

경찰은 '잡아라'라고 하는 현장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주민들을 덮쳤다. 주민 한 사람에 5~6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팔을 뒤로 꺾고 다리를 비틀어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차로 끌고 갔다. 경찰은 이렇게 해서 현장에서 19명을 과천 동안경찰서로 연행했다.

강제 연행된 주민들 대부분이 48시간 안에 풀려났으나 위원장 한 사람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돼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받고 최근 석방됐다.

국토부, 보금자리주택과 경인민자도로 동시 추진... 주민 보상 소홀

국토부의 제2경인연결 민자도로 건설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과천 갈현동 화훼단지 주민들은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를 꾸리고 공사 강행에 대응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현재 70세대가 모여 있다.

주민들과 서울국토관리청 간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부는 2012년 과천 갈현동과 안양 관양동에 걸쳐있는 40만여 평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지정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또한 같은 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를 관통하는 제2경인연결고속도로(민자)를 지정했다. 서울국토관리청이 이 사업의 시행을 맡아오고 있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경우 LH공사에서 이주대책을 세운 반면 민자고속도로 시행사인 서울국토관리청은 주민들의 생계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시행사와 주민들 간 몇 차례 충돌이 있었고, 최근에는 시공업체가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 지난 6일 새벽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산 33-8번지 제2경인연결민자도로 공사구간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시공사에 맞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사진=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
ⓒ 데일리중앙
핵심 쟁점은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이주비 △영업손실보상(화훼) △생활대책용지(새로운 곳에 가서 장사를 할 수 있는 터전을 달라는 것) 보장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서울국토관리청은 예산이 시혜성으로 집행될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민들, 임대아파트·생활대책용지 요구... 국토관리청 "협의대상 아니다"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지금 주민들이 법과 규정에서 정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다.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기준도 없이 협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그렇다면 화훼단지 주민들에게 이주대책을 세워주지 말라는 법 규정은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이 말을 전했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서울국토관리청은 현재 제2경인연결 민자도로에 대한 보상협의를 대부분 끝내고 해당 토지를 수용한 상태다. 화훼단지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만 남겨둔 상황.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는 앞에서 언급된 4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LH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같은 조건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국토관리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해 사업에 다른 사업의 기준을 갖다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이제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 주민들의 화훼하우스를 강제로 뜯어내고 수용하는 절차만 남았다.

서울국토관리청은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감정평가 실사를 한 뒤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주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사를 강제철거의 수순으로 보기 때문.

국토관리청, 강제철거 예고... 주민대책위, 결사항전 다짐

주민들의 저항이 완강하게 이어지자 서울국토관리청은 강제로 실사를 벌인 뒤(평당 10만원 안팎) 보상비를 법원에 공탁, 행정대집행(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하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는 서울국토관리청이 용역깡패와 경찰을 앞세워 강제철거에 나서면 결사항전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악으로 깡으로 시행사의 강제철거에 온몸으로 저항하겠다는 것이다. 민철연 등 연대단위가 결합할 경우 대규모 항전으로 번질 수도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3년째 생업을 포기하고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총리실, 권익위원회, 과천시청, 안양시청 등 갈 만한 곳은 다 찾아 다니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국토관리청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 제2경인연결민자도로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국토관리청이 강제철거를 예고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국토관리청은 과천 갈현동 일대 화훼단지 세입자들의 비닐하우스(위)를 용역과 중장비를 동원해 강제로 뜯어낼 생각이고 주민들은 이를 육탄 저지할 방침이다. (사진=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
ⓒ 데일리중앙
대책위 관계자는 "'선 대책, 후 공사'가 우리의 원칙이다. 국토관리청에 가서 얘기하면 법이 없다고 하고, 과천시와 안양시는 힘이 없다며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를 잠시 중지해달라고 했더니 업무방해라며 경찰이 잡아가더라"고 하소연했다. (아래 '묶음기사' 참조)

한 주민은 "우리가 3년 동안 안 가본데 없이 다 가서 애원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해봤지만 백날 소리쳐봐야 허공에 소리치는 마냥 반응이 없었다"고 말하며 감정이 복받치는 듯 흐느꼈다.

주민들은 "제발 머리로만 생각하지말고 가슴으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건축물 보상과 영업보상 두 가지 인데 이 중 화훼대책위에게는 건축물 보상만 가능하다. 영업보상 유무는 기본조사를 먼저 해야 하는데 대책위가 기본조사를 물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갈등은 협의 보상을 더 많이 받고자 하는 주민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관리청 사이의 간극"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확대해석을 해서라도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는데 그게 안 된다"고 '법 규정' 타령을 되풀이했다.

'법에 규정이 없다면 법을 고쳐야 하는 게 먼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민원 하나 때문에 법을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법 이전에 도덕과 윤리가 있지 않느냐. 서민들의 생업터를 강제로 뺏으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토관리청 "주민들과 대화하겠다"... 법 이전에 가슴으로 문제 풀어야

"가난한 자들, 가지지 못한 자들의 울부짖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취재가 계속되자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주민들을 만나 좀 더 설득해보겠다"고 했지만 진정성을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행사와 주민들 간 협의는 지난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쪽 간에 일촉즉발의 대치만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국토관리청이 결국 충돌을 야기하고 파탄을 일으키고 주민대책위가 자체 붕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법원에 공탁걸고 다 뜯어가는 건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고 불안하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억울한 처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가난한 자들, 가지지 못한 자들의 울부짖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한 말이다.

석희열 기자·허윤하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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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맘 2016-01-22 23:02:28
우리나라가 제대로 굴러갈지가 의문?
약한자의 비극!

미래 2014-12-19 22:33:49
법규정 없어 일못하겠다고---무능한 아저씨들

천사 2014-12-19 22:24:35
죽을수는 있어도 물러설수는 없다

박순애 2014-12-09 20:08:20
산에서 포크레인 둘러싼 경찰수백명 아줌마몇이 항의한다고 오신거&#47583;죠
경찰님도 특별히 할일도없나봐요~` 요즘취업어려워난리라는데 ~~
어려운 시절잘보내려면 머리&#47583;대야 하는거 아닌지 ??????????

문풍지 2014-12-07 11:54:04
잡을려고 작전하고 새벽부터
산위에서 진을 치고 있었는데
4차경고는 형식에 불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들은 내생업터 지키려고 항의한게 뭔잘못인지도
아직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