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의원 "예산안은 떡가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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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의원 "예산안은 떡가루가 아니다"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8.12.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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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사진)은 13일 "정당은 떼법집단도 아니고, 강도집단도 아니며, 더욱이 예산안은 떡가루가 아니다"라고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원색 비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누더기 예산 이대로는 안 된다' 제목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새해 예산안 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이같이 이의를 제기했다.

다음은 그의 발언 전문이다.

누더기가 되어버린 내년도 예산, 이대로는 안 됩니다  

어제 밤을 꼬박 국회에서 새우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헌법학을 전공한 자로서 제 눈에 비친 국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였습니다.

앞으로 제가 드리는 말씀이 존경하는 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서 들으시기에 좀 듣기에 거북하시더라도 끝까지 조용히 소리지르지 마시고 경청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첫째, 국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곳이 바로 국회였습니다.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정세균대표와 만나 헌법을 어겨가면서 12월 12일까지 예산안을 합의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국회의장의 권한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제1야당인 민주당과만 합의하면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입니까?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떠서 12월 8일에 "여야가 12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며 "김형오 국회의장 중재로 대국민 발표를 했으니 합의문을 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장이나 여당 대표나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지, 정말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제3 교섭단체인 우리 자유선진당은 그 누구하고도 합의한 바가 없습니다. 단지 헌법정신을 최대한 존중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도대체 김형오 국회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누구와 무슨 합의를 어떻게 했단 말입니까?  

이 땅에는 헌법도 국회법도 없습니까? 법을 만드는 입법기구인 국회가 법을 어기면 국민이 국회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리고 국회의 권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거대 여당과 제1야당만 합의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그렇게 두 당이,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야합을 한 결과, 오늘 이게 뭡니까? 두 당이 구시대적 발상으로, 게다가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밀실합의를 한 결과, 12월 12일까지 예산안을 심의했습니까?

더 이상 국회가 헌법을 유린하고 국회법을 어기면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국내외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똑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진정 우리 국회의원들만 모르고 있단 말입니까?

선진국은 단지 국민소득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습니다. 헌법정신과 법원칙이 살아 숨쉴 때 비로소 그 나라는 선진국이 되는 것입니다. 

엄연히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도외시하고 국회의장이 나서서 헌법의 명문규정을 어겨가며 소위 두 당간의 '야합'을 주도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성찰해 보자는 의도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금반언의 원칙을 상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로 했으면 최소한 시간을 지켜야 하고 협상 상대방을 인정해야 합니다. 

원내대표회담에 민주당은 항상 30-40분씩 늦게 오면서 단 한 번도 사과도 하지 않고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이러니 우리 정치를 국민이 3류도 아닌, 4류라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민주당은 협상 상대방을 '2중대'라고 하며 상대방을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 참으로 참담할 뿐입니다.

이제는 야당의 모습도 달라져야 합니다. 무엇이든 여당의 일을 발목 잡아야만 선명한 야당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셋째, 합의는 지키라고 하는 것입니다. 깨라고 하는 것이 합의입니까? 분명히 어제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4대강 유역정비사업에서 5백억원을 삭감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산안에 그 부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합의를 했으면 지켜야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한구 예결위원장은 분명히 해명하십시오.

4대강 정비사업은 많은 국민들이 한반도 대운하의 전초사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국민들이 의심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은 예산안을 상정하기에 앞서 분명히 해명하십시오.

넷째, 국회도 국회의원도 최소한의 품격을 지킵시다. 입으로만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지 말고, 진정으로, 마음으로 걱정합시다. 참으로 부끄럽게도 올해도 역시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드러눕기 등 의사방해 추태가 이어졌습니다.

예결위나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원회 회의실 점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야당의 이같은 추태가 여당에게는 호기로 작용했음은 물론입니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이같은 추태를 부렸는지, 곰곰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나라 안팎이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민경제를 걱정하면서도, 구태는 여전했습니다. 입으로는 민생경제를 외치면서 뒤로는 각자 지역구 예산을 챙기고, 서민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고 외치면서도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남북교류기금 적립금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모습들이 국민 보기에 정말 민망하고 볼썽사나웠습니다.

아니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국회의원들의 행태로 예산은 수박겉핥기에 졸속처리, 그리고 큰 당끼리 나눠먹기로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예산안은 우리나라의 일년 살림살이이지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화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당은 떼법집단도 아니고, 강도집단도 아니며, 더욱이 예산안은 떡가루도 아닙니다.

예산안 심의제도의 위헌적인 국회논의과정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야간의 합의는 지켜져야 하며, 교섭단체는 동등한 의사표현의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는 예산안을 시간에 맞춰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예산안이 정부로부터 넘어오면 국회는 심의를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정쟁만 일삼다가 헌법적 기한이 다 되어서야 시간이 없다며 떼를 쓰는 것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일 뿐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심의기간이 짧다는 것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심의기간조차 제대로 임하지 않으면서 심의기간만 늘린다고 일이 해결되겠습니까? 특위인 예결위도 상임위로 빨리 전환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전문성도 살릴 수 있습니다.

제 말씀이 지나쳤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이제 국회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국회의원들부터 스스로 참회하며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현실은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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