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사막지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6주 만에 풀려난 유경식(55)씨 등 19명이 2일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기내에서 잠시 머문 뒤 오전 7시 정각 국제선 입국장 A게이트로 빠져 나왔다.
고세훈(27), 김윤영(35), 박혜영(34), 서경석(27), 서명화(29), 송병우(33), 안혜진(31), 유경식(55), 유정화(39), 이선영(37), 이성은(24), 이영경(22), 이정란(33), 이주연(27), 이지영(36), 임현주(32), 제창희(38), 차혜진(31), 한지영(34)씨 등이다.
지난 7월 13일 집을 떠난지 꼬박 51일 만에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차성민 피랍자 가족대표 등 가족들이 나와 이들을 맞았다.
유경식씨는 "아프간에 저희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갔다"며 "그러나 뜻하지 않게 피랍되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정부에도 크게 부담을 드리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과 염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특히 국정원 등 정부 관계기관 여러분의 신중하고도 목숨을 건 구출작전이 아니었다면 저희 봉사팀 모두는 생명을 잃을 뻔 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유씨는 "저희는 이번에 조국과 국민 여러분께 큰 빚을 졌다"면서 "피랍자 일동은 모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자리를 빌어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존경하는 배 목사님과 사랑하는 심성민 형제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을 표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 대목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피랍자들도 눈물을 글썽였다.
유씨는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를 해야 마땅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40여 일 동안 지내왔고, 배 목사와 심성민 형제가 무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희 모두는 몸을 가누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안정을 취하는 대로 모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피랍생활이 오죽 고단했을까.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악몽같은 피랍생활을 끝내고 사선에서 벗어난 이들은 그리운 가족들을 보자 '엉엉' 통곡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이제나저제나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밤낮으로 가슴 졸여 애태웠던 40여 일. 가족들도 반가운 얼굴을 보자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며 흐느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내외신 기자 200여 명과 공항 관계자, 시민 등 4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7월 19일 아프간 가즈니주의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상에서 성남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 23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되면서 시작된 아프간 피랍사태는 2명의 희생자를 내고 43일 만에 모두 풀려남으로써 막을 내렸다.
석희열 기자·진용석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