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장 '노조전임자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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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장 '노조전임자 너무 많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5.2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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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노조 전체 평균의 21배... 노조 "단순비교는 난센스"
 
 
▲ 보건의료노조는 15일 오후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에서 집회를 열어 단협 일방해지 철회와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단체협약 갱신을 놓고 노사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부천 세종병원의 박영관(70) 이사장이 전임자 수를 문제삼으며 노조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노조는 "이사장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업별 노조의 전임자 수가 조합원 280명당 평균 1명인데 비해 세종병원노조는 조합원 40명(현재는 35명)에 전임자가 3명이나 된다"면서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평균의 21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15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업사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문제는 노조 전임자 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조합원 280명 미만인 노조에는 전임자를 둘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가지고 5개월 동안 파업하는 것은 억지"라고 노조를 겨냥했다. 그동안 세종병원은 노조에게 0.5명(반전임)의 전임만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전임자 수를 조정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노조 환경이 다른 기업끼리 조합원 수에 따른 전임자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근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과 노조 전임자 수를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세종병원지부 전임자 수는 3명이 아니라 2명"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5, 6년 전 단체협상에서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주는 대신 2006년 말까지 전임자를 한 명 더 보장받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단협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또 "자기들은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에 교섭권을 맡기면서 병원쪽에서 교섭권을 경총에 위임한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대화 상대를 정해놓고 '이 사람 아니면 대화 안 하겠다'고 하면 노조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노조는 불만이다. 이근선 부위원장은 "산별노조는 하나의 노조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세종병원지부의 상급단체가 아니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박 이사장의 말은 산별노조에 대한 법 이해가 부족해 생기는 오해라는 것.

 
▲ 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인부천 본부장이 15일 오후 세종병원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 발언을 통해 박영관 이사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박영관 이사장은 특히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단정한 듯 "불의를 용서하고 그것과 적당히 타협하면 직원들이 이사장을 어떻게 보겠느냐"면서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정의의 편에서 옳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노동자 250여 명은 15일 오후 3시 세종병원 앞마당에 모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성실교섭 이행과 단협 일방해지 철회를 촉구했다. 또 용역깡패 철수와 세종병원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결의대회 시작 10분 뒤 현관 출입문 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병원쪽의 불성실 교섭에 항의하여 12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던 세종병원 조합원 6명과 이 병원 영양과 직원 등 비조합원 10여 명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충돌한 것.

목과 팔을 비틀고 꼬집으며 서로 막말을 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즉각 개입하면서 큰 폭력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10분만에 상황 종료. 경찰은 2개 중대병력을 세종병원 일대에 배치하여 만약의 폭력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세종병원은 대형 응급차량과 환자 대기용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임시 고용한 경비직원 13명을 포함 비조합원 70명을 배치하여 출입문을 원천 봉쇄했다. 오후 외래 진료는 모두 중단했다.

 
▲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15일 밤 세종병원 앞마당에 모여 박영관 이사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은 오후 내내 병원 앞마당에서 집회를 열어 세종병원을 규탄했고 저녁 식사 뒤에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밤 10시 이후 세종병원 앞마당에서 침낭을 깔고 노숙한 뒤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소사역~세종병원 구간에서 인간띠 잇기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세종병원의 노조 탄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중소병원,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또 악랄한 사용자에게 당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노동자의 자존심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이 싸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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