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도권 집중 막으려면 균형발전정책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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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도권 집중 막으려면 균형발전정책 되살려야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5.03.09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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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권, 말로만 '균형발전'... 참여정부 역사적 균형발전 입법 추진

경제성장·개방(FTA)·금융·부동산 등에 관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임기 중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보수진영과 일부 언론은 '경제실패' '경제파탄'이란 극단적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정말 실패한 정책인가? 지난 정부 경제정책의 공과 과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한국 경제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미래연 웹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을 되짚어보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칼럼 전문을 미래연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지냈다. - 편집자

한국은 수도권 집중이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 상황에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의 인구는 대개 100만명을 넘지 않는데, 서울은 무려 1000만명이다. 게다가 인근 경기도 인구까지 합하면 2300만명이니 전국 인구의 48%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 이렇게 수도권 집중이 심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만큼 수도에 인구가 집중된 나라는 없다. 일본이 수도권 집중이 심하기로 소문이 난 나라지만 도쿄의 집중률이 33% 정도로서 우리보다는 훨씬 낮고, '파리와 기타 프랑스의 사막'(Paris and the French Desert)이라 부를 정도로 수도권 집중이 심한 프랑스에서도 파리권의 인구는 19%밖에 되지 않아서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방 후 역대 정부는 말로는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외치지 않은 정부가 없었으나 대개는 구두선에 그쳤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성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 집중의 거대한 자석의 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하여 서울 집중은 날로 심해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수도권 인구가 과반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분산과 균형을 시장의 힘으로 달성하기는 이미 기대할 수 없으니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것도 보통의 방책으로는 안 되고,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심각하게 요구되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

참여정부, '3대입법'으로 과거 정부 실패한 지방분권 분산 본격 추진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5월 포항시청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정책 포항지역 혁신리더 토론회에 참석해 "당분간 균형발전정책은 우리 한국에 매우 중요한 핵심 전략"이라며 "균형발전정책을 다음 정부에서도 우리 정부 수준으로 밀고 갈 수 있게 전략적 역량을 한번 결집시켜 주시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노무현 사료관)
ⓒ 데일리중앙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실패했던 분권과 분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를 통해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랐던 점이다.

2003년 말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한 지방분권특별법, 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 특별법이라는 균형발전 3대 입법은 이런 취지에서 하나의 패키지로 추진되었다. 이 세 가지 법은 서로 시너지효과를 가지면서 오랜 세월 동안 서울로 집중되어 온 우리의 역사(歷史)의 물줄기를 되돌리려는 거대한 지방화 역사(役事)의 시작이었다.

여기에 맞물린 문제가 수도권의 동북아경제중심 사업이었다. 행정수도가 이전하고 나면 지금 수도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풀 계기가 마련되니, 수도권은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획기적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지금은 지방과 서울이 서로 발목을 잡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라 상생, 발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신행정수도, 동북아경제중심, 결국 이 네 가지 사업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몇 단계 상승시킬 수레의 네 바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네 바퀴 중 한 개만 빠져도 수레는 앞으로 굴러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수레를 움직이는 작업은 더 늦어지기 전에 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바 그 성공을 위해서는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일이 이런 지경에 이르기 전에 훨씬 일찍 물줄기를 돌려놓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신행정수도로 서울 집값 폭락?'... 근거 없는 불안에서 나온 반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과업은 옳은 방향이었고, 시의적절했으나 그 추진이 쉽지는 않았다. 균형발전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이 만만찮았고, 특히 신행정수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한 수위에 이르렀다.

반대 중에는 꽤 근거 있는 반대도 있었고, 별로 근거가 없는 막연한 불안에서 나온 반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신행정수도로 이전하면 서울의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불안이 꽤 퍼졌는데, 이는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대표적 오해다.

신행정수도로 이전하더라도 서울 부동산의 가격 폭락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쓸 것이고, 만에 하나 집값이 다소 하락하는 일이 생긴다 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집값이 하락하면 서울 주민 중 집 없는 절반의 인구와 집이 한 채밖에 없는 다수의 가구에게는 비로소 집을 처음으로 사거나 지금 가진 집보다 큰 평수로 늘려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현재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

얼핏 보면 개인의 자산 가치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환각이며, 오히려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은 개선될 것이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지방발전 전략의 차별성은 '지역혁신체계'

참여정부의 지방발전 전략은 과거와 많이 달랐다. 그 핵심은 지역혁신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구축에 있었는데,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근간으로 혁신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4).

지역혁신체계는 ①특정 지역에서 ②특정산업의 집적과 연계를 통한 산업클러스터를 기반으로 ③개별 혁신주체의 혁신역량 강화 및 공동 학습, 정보와 성과의 교류?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④제반 제도와 환경, 거버넌스 구조를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이러한 지역혁신체계는 크게 산업클러스터와 지역혁신 인프라, 지역 거버넌스의 3요소로 구성된다. 산업클러스터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집적?연계된 산업군으로서 지역혁신체계 형성의 거점 역할을 한다. 지역금융, 회계?법률?컨설팅 등 전문서비스, 인력수급 및 교육?훈련제도, 지역 특유의 문화나 법제도 등 지역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제반 인프라를 기초로 산(産), 학(學), 연(硏), 관(官) 등 지역의 개별 혁신주체 간에 역할을 분담하고 유기적으로 조정하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지역 거버넌스다.

과거에도 산업단지 건설 등 지역의 산업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이 있었고, 과거 공업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생산기능과 연구개발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면서 지역경제의 혁신 역량이 점점 쇠퇴하고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여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배양하려는 방향을 잡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균형발전 무관심 방해로 정책 '개점휴업'

▲ 민주정부가 유능한 33가지 지표. (자료=미래연)
ⓒ 데일리중앙
여기서 참여정부가 목표로 한 것은 과거처럼 중앙정부 주도의 분산 정책이 아니라 자립적 지방화였다. 각 지방에서는 여러 주체들이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어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역혁신협의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되어 있었다.

중앙정부는 이와 같은 지역 차원의 활동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지역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뒤에서 적극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지방화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의 이런 노력은 옳은 방향이었으나 일의 성격상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이런 정책을 계승, 발전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리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 정부는 균형발전이란 개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참여정부가 해놓은 일을 부정하고 허무는 데 열심이었다.

그 뒤 지역발전이란 개념은 살아남았으나 대통령이 관심이 없으니 위원회는 유명무실, 아직 명맥은 붙어 있으나 형식적 위원회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개점휴업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 진보개혁정권이 들어서면 균형발전과 지방의 발전이란 소중한 가치를 다시 꺼내어 먼지를 털고 새로 추진해야 한다.

이정우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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