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59] 태화산에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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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59] 태화산에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3.1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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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시인)

한상도 작가는 한대 국문과를 나와 공기업 등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 귀농한 농부 시인이다. 땅을 일구고 채마밭을 가꾸며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태화산 편지'를 쓰고 있다. 한상도 시인의 '태화산 편지'을 데일리중앙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지난 18일 강원도 영월 태화산에도 봄비가 내렸다. 온종일 사각대며 대지와 화분과 장독대를 적셨다.
ⓒ 데일리중앙
어제 종일 이곳 태화산에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파종기를 앞두고 건조주의보까지 내린 이 때 대지를 촉촉히 적시며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이제 막 싹을 틔우며 돋아나는 작물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수 같은 단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번쯤 저수능력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원하는만큼 내려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내린 것을 알뜰히 모아 제대로 활용하는 것.

그것 또한 단비 아닌 단비일 수 있으니까요.

귀농 이후 제 인생에도 단비가 내렸습니다.

이곳 태화산과 김삿갓에서 만난 어수리와 약초차, 낯선 저를 믿고 함께해준 김삿갓 장금이/다녀님들, 술 한잔 생각날 때 기꺼이 함께해 준 귀농 선후배, 그리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이 되고 용기를 주시는 카친 페친 밴친님들...

모두가 제게는 때맞춰 내려준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그 귀한 단비를 그냥 다 흘려보내고 농사지을 물이 없다고, 땅이 타들어간다고,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나는 과연 내 안에 그런 그릇을 지니고 있는지, 내린 단비를 다 가두고 담을 수 있는지, 제 자신의 저수
능력을 점검해 보는 비 개인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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