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등 40여 명이 목숨을 건 생존권 투쟁을 벌이던 서울 용산 재개발 철거 현장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 작전을 펼치도록 최종 승인한 사람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지난 18일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용산 참사' 관련 브리핑을 갖고 "19일 저녁 7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하는 대책회의에서 경찰 특공대 투입을 김 청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청장과 차장, 기능별 부장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김 차장이 특공대 투입을 건의했고, 김 청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앞서 철거 현장 강제 진압 작전과 관련해 19일 오후 1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경찰청 차장, 기동본부장, 정보부장, 경비부장, 용산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처음으로 특공대 투입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특공대 투입 이유에 대해 "특공대가 일반 경찰보다 고도로 훈련된 대원이라 어떠한 위험이 있더라도 지혜롭게 대처하고 처리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점거 농성 이틀 만에 조기 진압에 나선 데 대해서도 "(농성장이) 도심지였고 하루종일 화염병을 투척하고 있어서 일반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특공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참사를 부른 용산 철거 현장 강제 진압 작전에 특공대 투입을 차기 경찰청장이 최종 승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과잉 진압 논란과 함께 책임자 처벌 등 정치권 공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 주요 야당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국정원장 내정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