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상승 조짐... 분당·용인은 내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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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상승 조짐... 분당·용인은 내림세
  • 스피드뱅크 기자
  • 승인 2009.01.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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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랜 내림세가 이어졌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최근 재건축을 중심으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그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었던 규제들이 대폭 완화된 것을 비롯해 잠실 제2롯데월드 착공 허용 등 이 지역에 수혜가 예상되는 굵직한 호재들이 잇따라 발표됐기 때문.

그러나 그동안 강남지역과 시세 흐름을 같이하며 동반 상승세를 보여왔던 분당·용인의 경우  이번에는 강남의 시세 상승을 뒤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판교새도시 입주까지 맞물리면서 내림세가 깊어지고 있어 정반대의 대조를 이루는 양상이다.  

▲ 자료=스피드뱅크
2006년 이후 강남과 분당∙용인의 아파트값 변동률을 비교해보면, 2006년 집값 폭등, 2007년 안정기에 이어 본격적인 하락기에서도 변동폭에서만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시점과 전체적인 흐름이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대형 비율이 높은 강남과 분당∙용인이 정부의 정책과 주택시장 변동에 같은 패턴으로 반응한 때문이다.

'버블세븐'의 대표 지역으로 상승과 하락의 시기를 동행했던 이들 지역이 최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강남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호재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26일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크게 뛰었다. 

실제로 1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 112㎡(34평형)은 2008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월 중순, 9억~10억원에 시세를 형성했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 이후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매수세도 살아나는 듯싶더니 최근 2주 사이 7500만원 가량 호가가 상승해 현재는 9억8000만~10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송파구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의 오름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잠실주공5단지 119㎡(36평형)의 경우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 직전 10억~10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발표 직후 일주일간 1억~2억원 가량 상승해 현재는 12억~12억5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라 있다.

특히 제2롯데월드 착공 허용이 발표되면서 재건축 아파트뿐 아니라 개발지역 인근 일반 아파트 시세도 크게 상승했다. 잠실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의 142㎡(43평형)은 12월말까지 큰 하락세를 보이며 11억~13억원에 시세를 형성했지만 최근 3주 동안에만 2억2500만원이 올라 현재는 13억~15억5000만원까지 시세가 상승해 있다.  

이처럼 재건축을 중심으로 강남지역에 매수세가 몰린 데에는 낮아진 금리도 영향을 미쳤다.  재건축아파트 매입은 다른 주택유형보다 투자성이 강하기 때문에 금리의 영향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대로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고금리 기조 하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투자자들과 자금여력이 부족했던 실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로 매입에 부담을 덜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차츰 온기를 찾아가고 있는 강남지역과는 달리 용인∙분당의 주택시장은 아직도 냉기가 가득하다. 제2롯데월드 허용의 파급력이 용인∙분당지역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굵직한 규제 완화도 대부분 재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완화된 부동산 정책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판교입주를 위한 매물이 제때 소화되지 못하고 시장에 적체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 해만 1만60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내년 입주 물량까지 고려하게 되면 그 현상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매제한기간이 대폭 완화돼 전용면적 85㎡(25평형) 이상 규모의 아파트는 입주(등기) 후 바로 매도가 가능해져 수요가 대폭 살아나지 않는 이상 매물 적체에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용인 신봉동의 LG빌리지 5차 175㎡(53평형)의 경우 강남지역이 최고 2억원 이상 상승했던 시기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1월까지 무섭게 하락하던 기세가 잠시 주춤하더니 이후 7000만원이 추가 하락, 현재 4억8000만~5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면서 강남지역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분당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금곡동의 코오롱더프라우188㎡(57평형)의 경우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올 해에도 이어져 1월에만 벌써 7500만원이 추가 하락했다. 현재는 8억~9억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게다가 용인에 남아있는 미분양 물량과 광교∙송파 신도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신규물량도 매물 과다로 이어져 이 지역 약세를 계속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 급격한 상승세로 버블의 위험성을 지적받았을 만큼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별다른 재료가 생기지 않는 한 수요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소비심리를 감안해 볼 때 당분간 추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시세 상승의 기쁨과 하락의 고통을 함께 겪었던 강남과 용인∙분당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강남권의 시세 상승을 이끌었던 호재들이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현재의 상승세가 호재의 반영이라기보다는 낙폭 과대에 따른 ‘반짝’ 반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낙폭이 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된 이후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에서 볼 때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실물경기 위축이 가속화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매수세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역시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분당•용인과 크게 벌어졌던 시세 양극화 현상은 다소 좁혀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드뱅크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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